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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가면 더 잘 보인다. 서울을 찾은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 전시회 추천

2024년은 유독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 소식이 많은 해인 것 같아요. 그만큼 우리나라 문화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겠죠?

올해 한국, 서울을 방문해 그들 고유의 작품 세계를 전하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 :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담아내다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 2024. 8. 1 ~2024. 10. 31>


장 줄리앙Jean Jullien.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예요. 런던, 도쿄, 싱가포르 등 전 세계 10여 국에서 전시를 열었죠. SNS 팔로워는 125만 명. 한국에서 특히 인기예요. 2022년 동대문 DDP에서 열린 「그러면, 거기Then, There」 전시와 2023년 경주에서 이어진 「여전히, 거기Still, There」 전시는 합쳐서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어요.

장 줄리앙이 최근 다시 한국을 찾았어요. 전시 「장 줄리앙의 종이세상」 개최를 기념해서죠. 9월 27일에 연 이 전시회, 벌써 6200명 넘게 찾았어요!

전시장은 입구부터 범상치 않았어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앞에 종이로 만든 주황색 인간들이 서 있어요. 이들은 벨트 위에 누워있는 파란 종이로 인간을 오려내고 있어요. 천장에는 파란 종이 인간들이 빨래처럼 널려있고, 벽 곳곳에는 동물들의 그림이 붙어있어요.

다른 방은 더 괴이해요. 거대한 ‘뱀 모양’의 설치물이 놓여있어요. 뱀의 몸뚱아리에는 공룡 시대부터 선사시대, 그리고 핵전쟁까지. 지구의 역사가 그려져 있죠.

브랜드 협업부터 설치 미술까지. 그에게 모든 프로젝트는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죠.

그의 그림은 브랜드와 일상용품에 아주 잘 녹아들어요. 많은 국내외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죠. 경기 이천시의 복합 공간 시몬스 테라스에 벽화를 그리고, 프랑스 패션 브랜드 ‘올로우Olow’ 와 협업해서 통통 튀는 티셔츠를 만들었어요! 또 다른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미AMI’ 와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들기도 했죠. 익숙한 하트 로고를 익살스러운 하트 모양 모자로 귀엽게 표현했네요!

ⓒ누누


누누NouNou는 장이 팬의 옷에 그림을 그려 넣으며 시작한 패션 브랜드에요. ‘한국의 탈’을 형상화해, 쨍한 색의 옷과 모자에 생동감 넘치는 얼굴들을 그려 넣었죠. 씩 웃고 있는 얼굴이 그려진 모자, 왠지 쓰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요.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 그려진 앞치마는, 요리하기 싫을 때 입으면 되겠어요!

이번 전시회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도 장의 이야기를 3차원으로 가져온 노력이에요. 말 그대로, ‘종이로 만든 인간이 3차원 세계로 온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했거든요. 파르코 미술관 도쿄Parco Museum에서 시작해, 서울의 DDP와 도쿄의 긴자 식스Ginza Six, 파리의 르 봉 마르쉐Le Bon Marché 백화점까지. 여러 도시를 거쳐 다시 한국을 찾은 시리즈 전시죠.

이 전시는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됐대요. 그림에 입체감을 줄 수 없을까? 문득 오래전, 센트럴 세인트 마틴 시절이 떠올랐대요. 빛과 그림자를 잘 표현하지 못해, 자신만의 공부법을 발명했거든요. 스케치북에 사람을 그려서 오리고, 세워서 그림자를 관찰했었죠.

그렇게 태어난 종이 인류. 장은 인간 세계를 관찰하고 모방하며 종이 인류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요. 그들만의 도서관, 카페, 극장을 만들었죠. 종이 인류는 쇼핑도 해요. 그들이 이루어낸 종이 문명을 관찰하며, 우리도 아이 같은 시선에서 세계를 새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죠.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종이 그림인데, 조금만 위치를 바꿔도 복잡한 움직임을 만들 수 있었어요. 마치 ‘또 다른 인류’ 같다고 생각했어요. 종이 인류 탄생을 시작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었죠.”

장 줄리앙의 작품 세계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더 자세히 읽어보세요!


페데리카의 특별한 여정 : 일상의 아름다움을 유쾌하게 풀어내다

<페데리카의 특별한 여정 2024. 5. 10 ~2024. 10. 27>


분홍색 정장을 입은 여성이 금발을 휘날리며 경쾌하게 걷고 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정장이 아니네요? 분홍색 잠옷에 털 슬리퍼를 신고 있어요! 잠옷 갈아입을 새도 없이 바빴던 걸까요? 잠옷 입은 여성의 당당한 미소와 도시 풍경이 모두 밝고 유쾌해요. 

이 일러스트, 전시 <페데리카의 특별한 여정> 포스터예요. 이탈리아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Federica Del Proposto의 첫 한국 전시래요.

페데리카, 세계적인 작가더라고요. 최근엔 2024년 파리올림픽의 공식 일러스트*를 맡기도 했어요.
*2024 파리올림픽 사전훈련캠프 카탈로그 제작

작품에서도 느껴지듯 유머러스한 그녀에게도 어려운 시간은 있었습니다. 손을 쓸 수 없게 된 거예요.  

2021년 여름, 자고 일어나보니 왼손의 두 손가락에 감각이 사라졌대요. 그녀는 다행히 오른손잡이였지만, 의사는 “회복될 때까지 양손 모두 쓰지 말라”고 권했어요.

그래서 멈췄냐고요? 아뇨. 그녀는 대신 ‘빨리 그리기’를 택했습니다. 손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그리겠다는 의지였죠. 잠시 쉬어갈 생각은 없었냐고 묻자 반문하더군요.

“왜요? 저는 예술가인걸요. 팔이 아프면 단시간에 그려야죠. 그림을 멈춘다면 그건 제가 아니에요. 변하는 상황에 맞춰 그릴 뿐이죠.”

「텐 미니츠 드로잉10 minutes drawing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디지털 붓으로 10분 안에 간결하고 과감하게 그렸죠. 일본 수묵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최소한의 선으로 대상의 본질을 표현했어요.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


단 18개의 선에서 가수 리한나가 보입니다. 볼록한 이마, 두터운 입술, 높게 묶은 포니테일. 평소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그린 연작은 반응이 좋았어요. ‘나를 그려달라’는 유명인의 요청이 이어졌죠. 한 기사는 “팝 아트와 건축, 스토리텔링이 한데 모인, 페데리카 일러스트의 정수다”라는 평을 남겼어요. 

건축에서 만화로, 일러스트에서 과감한 수묵화 기법까지. 매번 성공적으로 변신하는 비법을 물었어요. 페데리카는 아티스트를 이렇게 정의하더라고요. ‘그만두지 않는 것.’ 

“늘 헤쳐 나가는 건 아니에요. 어떤 날은 내가 왜 이러나 싶죠. 혼자 뒤처진 것만 같은 날도 있어요. 하지만 그냥 받아들이는 거예요. 잠시 멈춰 서되, 그만두지 마세요. 그런 날도 삶의 한 조각이고, 결국 예술의 일부가 될 겁니다.”

10분 드로잉은 그녀의 작품 방향성을 바꿔요. 2개월 만에 부상은 회복했지만, 그림에 대상의 본질을 담겠다는 포부는 이어졌거든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며, 그녀는 한 가지를 깨달았대요. 지난 10년 동안 세상의 어두운 면을 그리지 않았다는 걸요. 현실 세계는 어렵고 진지한 일들로 가득 차 있는데도요.

“지금까지는 일상의 즐거움을 조명했어요. 현실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닌데 말이죠. 작품을 돌아보며 제 장점은 어려운 주제를 가벼운 이야기들로 풀어낸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앞으로는 제 장점을 더 활용해 볼까 합니다.” 

익숙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페데리카의 작품 세계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레픽 아나돌 대지의 메아리 : AI로 더 나은 미래를 그리다

<대지의 메아리 :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 2024. 9. 5 ~2024. 12. 8>


2022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AI 작품을 전시해 화제였어요. 그것도 관람객을 맞이하는 1층 로비에요. 작품명은 <비지도Unsupervised>. 높이 7.2m의 정사각형 화면에 형형색색의 페인트 질감 액체가 파도처럼 넘실대요. 금방이라도 화면 밖으로 쏟아져 나올 것 같죠. 

작품을 만든 사람은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뉴욕 현대미술관에 소장된 13만여 점의 작품을 AI로 분석해 만들었어요. 피카소부터 칸딘스키, 잭슨 폴락의 그림이 서로 섞여 들어 또 다른 색을 만들어내죠.

누군가는 이야기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AI에게 학습시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고요. 하지만 레픽은 말해요. “난 의미 없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아무 데이터나 쓰지 않습니다. (목적에 맞는) 가장 정확한 데이터여야 하고, 또 윤리적인 방법으로 수집된 데이터여야 하죠. 전 실제로 모두에게 공개된 오픈 소스 데이터만 써요. 이런 사소해 보이는 것부터 지켜야 AI로 예술을 할 수 있죠.”

실제로 그는 필요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남극부터 아마존까지 찾아가기도 해요. 남의 저작물을 훔쳐 오지 않으면서, 가장 생생한 이미지와 소리를 직접 채취하고 싶으니까요.

2024년 9월 푸투라 서울에 전시된 <대지의 메아리 : 살아있는 아카이브>가 그 덕에 나온 결과예요. 레픽은 16곳이 넘는 열대 우림 지역에 찾아가 동식물과 바다 산호초의 이미지를 모았어요. 원주민과 함께 쪽배를 타고 10시간 넘게 아마존 깊숙이 들어갔죠. 밤마다 재규어가 울고, 발밑으론 뱀이 지나갔답니다.

“아마존 야와나와 부족과 2주 동안 함께 생활했어요. 그들은 자연과 완벽히 연결된 부족입니다. 그들은 저 같은 사람보다 훨씬 똑똑했어요. 컴퓨터도, 휴대전화도 없는 곳에 살지만 5000개의 꽃의 이름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전 그들을 보며 자연과 인간이 연결되는 방식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얻은 5억 개의 이미지와 400시간이 넘는 소리 데이터로, 레픽은 도시인에게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선물했습니다. 열대의 대기가 느껴지는 빨강, 노랑, 연두, 에메랄드색이 서로 요동치는 10m 높이의 작품으로요. 모두 레픽이 찍은 자연물의 사진에서 추출했죠.

전시실 통로를 지나다 보면, 코끝에 눅눅한 이끼 냄새가 스쳐요. 숲속에 들어온 기분이죠. 맞아요. 레픽은 냄새까지 수집했습니다. 50만 개의 향기 분자 데이터를 모아 열대 우림의 냄새까지 구현했어요.

가만히 작품을 둘러보자, 그가 옆에서 말했어요. “AI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요.

“인류는 자연이 얼마나 지적인지를 자주 잊어버려요. 그래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자연이 얼마나 놀라운지를요. 제가 이번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연 이유예요.”


기술의 첨단인 AI를 다루는 사람이 자연을 이야기하다니, 어딘가 생소했습니다. 하지만 레픽은 “의미 없이 AI를 쓸 생각은 없다”고 말해요. 

레픽이 2021년 동참한 ‘산호초 복원 프로젝트’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유엔의 해양보존팀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지난 10년 동안 약 1만1700㎢의 산호초가 사라졌거든요. 서울 면적의 20배에 달하는 넓이죠. 10년 뒤엔 지구의 모든 산호초가 사라질 거라 합니다. 

그래서 레픽은 AI와 데이터로 산호초를 살리려 합니다. 그는 구글의 오픈소스 데이터를 받아, 무려 1억3500만 개의 산호 사진을 AI에 학습시켰어요. 그 뒤 ‘가장 건강한 산호’의 표준 이미지를 복원했죠. 

그렇게 만든 이미지는, 인류가 두고두고 ‘산호초의 표준’으로 삼을 수 있어요. 점점 건강한 동식물이 사라지는 와중에, 레픽은 ‘바람직한 자료’로 도움을 주는 거죠. 실제로 유엔은 레픽의 데이터로 만든 건강한 산호를 3D 프린팅*해 바다에 집어넣는 실험을 하고 있어요.
*실제 산호초의 구성 성분까지 똑같이 프린팅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처럼 레픽은 AI로 낙관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말해요.

“저는 사라져가는 자연과 인류를 지키고 싶어요. 현실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정의하는 ‘생성형 현실Generative reality’입니다.”

AI로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 싶다고 말하는 레픽의 작품 세계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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