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아니 에르노,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 세계 만나보기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후, 한국 전체는 기쁨의 축제를 즐겼습니다. 

서점마다 작품을 구해서 읽고, 기념해 간직하려는 이들이 넘쳐났어요. 덕분에 한강 작품 전체의 판매량이 현재 100만 부를 훌쩍 넘었죠.

그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 그리고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들여다봤습니다.  


1. 한강 : 아픈 이름들을 호명할 때, 비로소 역사는 문학이 된다

ⓒ한강 홈페이지


202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 한국 작가로는 최초이고, 아시아에서도 여성으로는 처음입니다. 

그가 “역사적 상처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창조했다는 거예요. 

지금껏 작가가 펴낸 책은 모두 16권에 달합니다. 그 중 소설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어볼까요.

ⓒ창비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 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_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소년이 온다』는 “비가 올 것 같아”란 한 중학생 소년의 중얼거림으로 시작해요. 비는 학살의 역사가 기록할 피의 강물, 슬픔의 눈물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소년은 부모의 만류를 무시하고 희생자 시신 수습을 돕고 있어요. 소년의 가슴엔 죄책감이 휘돌고 있죠. 눈앞에서 친구 정대가 계엄군 총에 살해되고 어딘가로 시체가 끌려가는 걸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억울한 영혼을 애도하고 그 한을 씻어내지 못한 세계는 산 자들의 밤을 악몽으로 만들고, 그 낮을 죄책의 공포에 질리게 하죠. 

그날 밤 동호가 도청에서 (아마도) 살해된 후, 소설의 목소리는 유령이 된 정대가 이어받아요. 다시 그 목소리는 광주에서 살아남은 은숙, 나, 선주, 동호 어머니로 이어지죠. 증언을 통해 광주 학살의 비극은 다시 독자들의 상처와 슬픔으로 옮겨가요.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_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작품을 읽는 순간, 우리도 이들과 함께 고통과 싸우게 되죠. 이 비극을 전하는 한강의 목소리는 사실적 기록이 아니라 시적 애도의 형태를 좇아요. 

소설 속 연극은 샤먼의 씻김굿을 떠올리게 해요. 죽임을 당하거나 상처를 안고 사는 영혼들을 일일이 불러내어 위로한 후 시름과 원한을 잊고 평안하도록 이끌죠.

“엄마,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못 이기는 척 나는 한없이 네 손에 끌려 걸어갔제.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_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한강은 문학을 통해 고통을 정면으로 파고들고, 이를 통해 사회와 역사의 폭력을 고발해 왔습니다. 

『채식주의자』, 『여수의 사랑』,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한강 작가의 작품관을 롱블랙에서 더 자세히 읽어보세요.  



2. 아니 에르노 : 겪지 않은 건 쓰지 않는다, 사적인 기억이 문학이 되다

ⓒ갈리마르출판사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를 선정하면서, 스웨덴 한림원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집단적인 구속을 드러낸 용기, 꾸밈없는 날카로움을 지녔다.”

에르노가 지금까지 쓴 소설은 모두 ‘자전적 이야기’예요.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다_『단순한 열정』”고 말하죠. 

자서전과 소설을 합친 이 장르를, 프랑스에선 오토픽션auto-fiction이라 불러요.

ⓒ문학동네


소설 『단순한 열정』엔 에르노가 열세 살 연하의 소련 외교관과 벌인 불륜 이야기를 담았어요. 

작품에서 에르노는 성적 주체로서의 욕망을 전면에 드러냅니다. 여성에게만 금욕주의와 도덕주의를 강요하는 남성 가부장제 세계에 정면으로 도전해요.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_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에서

적나라한 성관계 묘사가 넘쳐나는 이 작품에서, 에르노의 주된 관심은 하나예요. ‘열정에 사로잡혔을 때, 여성을 둘러싼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죠. 

“나는 그 사람에 관한 책도, 나에 관한 책도 쓰지 않았다. 단지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로 인해 내게로 온 단어들을 글로 표현했을 뿐이다.”

작품은 어긋난 사랑이 낳은 감정들로 가득해요. 기다림, 안달, 질투, 격정, 근심, 후회, 외로움 같은 것들이죠. 심지어 이런 기이한 집착도 있어요. “어느 날 밤 에이즈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내게 그거라도 남겨놓았는지 모르잖아.”

그리곤 두 사람 사이에 서서히 소진되는 감정에 집중합니다. 

“쾌락의 행위와 몸짓을 더하는 만큼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욕망이란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어진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서 사라져갔다.”
_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에서

자아가 뿌리 뽑히고 세계가 무너질 듯한 실연의 위기에서, 에르노는 자신을 구원하고자 해요. 글쓰기를 통해 열정이 남긴 온갖 흔적을 수집하죠. 이것이 이야기의 목적이에요. 

소멸에 저항해 자아를 구원하고, 파멸과 싸워서 세계를 보존하는 일 말이에요.

이렇듯 그녀는 소설을 통해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한 시대를 담아낸 서술형 보고서, 사실적 기록, 역사적 문헌를 써내려 왔습니다. 

아니 에르노의 문학 세계를 롱블랙에서 더 읽어보세요. 


더 다양한 롱블랙 아티클이 궁금하신가요? '카피라이터·마케터가 알려주는 글 잘 쓰는 법'을 이전 글에서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