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마케터는 한 줄의 문장,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직업입니다. 그래서 수없이 쓰고, 지우고, 고치길 반복하죠.
29CM 헤드 카피라이터 '오하림', 37년차 광고인 '박웅현', 마케터 '이승희'. 그들이 가진 글쓰기 비결을 물었습니다.
1. 29CM 헤드 카피라이터 오하림

오하림. 온라인 편집숍 29CM의 헤드 카피라이터입니다.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TBWA와 무신사를 거치며 광고와 마케팅 카피를 쓴, 11년 차 직업인이죠.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 광고 공모전을 휩쓸었습니다. 10개를 내면, 5개는 붙었거든요. 카피를 쓰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습니다.
“박카스 광고를 만들 때, 병뚜껑 문구를 살짝 비튼 적이 었어요. 원래 박카스 뚜껑에 ‘열림’이라는 안내 문구가 있거든요. 이걸 ‘풀림’으로 바꾸고, 위에 ‘피로’라는 카피를 썼어요. ‘피로, 풀림’.
물론 대단한 비결은 없었어요. 박카스 병을 뚫어져라 보다가 발견한 포인트를 포장한 거였죠.”

TBWA와 무신사를 거쳐 29CM의 카피라이터로 일하게 된 그는 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하지만 고객들에겐 잘 와닿지 않는 용어들을 쉬운 말로 풀어나갔습니다.
그는 ‘웨어러블한 옷’이라는 표현을 바꾸는 과정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처음엔 ‘웨어러블’의 뜻부터 풀었어요. ‘어디에나 매치(혹은 착용)하기 좋은’. 하지만 ‘어디에나’는 단순한 사실로만 느껴졌고, ‘매치’와 ‘착용’은 여전히 영어와 한자어였죠.
그는 이 느낌을 품을 단어를 찾았어요. ‘두루두루’라는 순우리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표현이 ‘두루두루 입기 좋은 옷’이었죠.
“웨어러블한 옷을 바로 알아듣는 사람은 공급자밖에 없어요. 달리 말하면, 소비자가 자체 번역을 해야 한다는 거죠. ‘웨어러블이 무슨 뜻이지?’하면서요. 이런 과정을 줄이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한 카피라이터가 이렇게 말했어요. 자기 일은 ‘좋은 점을 찾아 큰 소리로 외치는 일’이라고요. 즉, 최대한 많은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거죠. 그러려면 쉬운 말을 써야 해요. 그게 더 빠르고, 더 많이 알리는 길이거든요.”
그는 여기에 더해 이해하기 쉬운 문장을 만드는 팁을 하나 더 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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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웅현 TBWA KOREA 조직문화연구소 대표

카피라이터 박웅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KTF)’, ‘진심이 짓는다(대림산업)’,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시디즈)’와 같은 문구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광고가 곧 문제 해결이라고 말합니다. 왜 창의성이 아니냐고요? 광고는 광고주의 고민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물건이 잘 팔리지 않는다’, ‘브랜드 인식을 바꾸고 싶다’와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문제를 푸는 법이 어렵습니다. 카피만 해도 고객의 마음을 울리다가 말장난을 해야 할 때가 있죠. ‘사람을 향합니다(SKT)’부터 ‘잘 자! 내 꿈 꿔(KTF)’까지 다양한 카피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는 TBWA에서의 일화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2009년, 6개월 준비를 허락한 건설사가 있었습니다. 그와 팀원들은 해당 회사에 인터뷰할 직원을 바로 찾아달라고 했어요.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모두 만났고요.
건설 기술연구소장, 분양 및 디자인 담당자까지 20여명을 만났습니다. 1인당 한 시간 이상 대화했고요.
회사에 몇 년 있었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일하면서 힘든 건 무엇인지, 자기가 맡은 일이 회사를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지점이 있는지 물었죠.
그랬더니 공통점이 몇 개 보였습니다.
이 건설사는 우직해서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단점이었어요. 하지만 약속은 꼭 지키는 장점이 있었죠. 멋있지는 않지만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데 자신 있었고요. 이걸 모아 카피를 고민했습니다.
유행을 타기보다 진심으로 만드는 건설사, ‘진심이 짓는다’였어요.
카피가 나오고 회사의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 “우리의 진심을 담은 건가?”라고 묻기 시작했다고 해요.
이 경험을 하면서 그는 직업관을 더 확고히 세웠습니다.
“광고인은 작가가 아니라 의사다. 기업의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광고 이전에 생각을 만드는 사람이다. 생각을 그저 광고에 태운 것뿐이다.”

광고인 박웅현이 글과 광고로 사람들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법, 롱블랙에서 더 읽어보세요!

3. 마케터 숭 (이승희 마케터)

이승희 마케터는 배달의민족과 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15년차 마케터입니다.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캠페인부터 브랜드북 『배민다움』, ‘네이버 연말차트’ 캠페인까지! 브랜드를 널리 알려왔어요.
그를 부르는 수식어 중 하나는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브런치, 유튜브까지. 운영하는 기록 채널만 여섯 개가 넘어요. 2020년 『기록의 쓸모』를 시작으로, 매년 한 권씩 책도 내고 있죠.

그가 ‘내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한 건, 2016년 병원 입원실에서였어요. 일이 너무 좋아서 건강을 챙기지 못했던 거예요.
안 되겠다 싶어 이직용 포트폴리오를 쓰는데, 쓸 내용이 없더래요. 그동안 회사 일만 기록하고, 그 속의 ‘내 얘기’는 기록하지 않았던 거예요.
“‘무슨 캠페인을 했다.’ 이 한 줄 말고, 내가 어떤 생각으로 기획했고, 일을 하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마치고 배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그런 게 없는 거예요. 기억도 잘 안 나고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병원 침대에 앉아 첫 글을 썼어요. 어떻게, 왜 배달의민족 마케터로 일하게 됐는지 브런치에 올렸죠.
그때부터 목표를 세웠어요. 매주 한 편씩 내 이야기를 글로 써서 남기기로.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어요. 습관을 들이려면 같이 해야겠다 싶었죠. 회사 동료 2명과 함께 매주 목요일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규칙은 두 가지. ‘무조건 한 문단 이상의 긴 글을 쓴다.’ ‘글을 썼다는 행위만 칭찬하고 내용에 대해선 절대 아무 말 하지 않기.’
겁내지 않고 내 이야기를 쓸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동료에게 피드백을 잘못해서 상사에게 깨진 이야기도 가감 없이 적었죠. 앞으로는 어떻게 피드백하겠다는 반성과 다짐을 덧붙여서.
그렇게 시작한 주 1회 글쓰기를, 7년째 이어오고 있어요. 2018년부턴 영감을 수집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영감노트도 운영해요. 게시물만 2200개가 넘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퍼스널 브랜딩'까지 만들어낸 마케터 숭의 이야기, 롱블랙에서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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