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B
“실리콘밸리의 대혼란에서 살아남을 테크 스타트업의 상징.”
2020년 4월, 뉴욕타임스는 노션Notion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5000만 달러(약 670억원)의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하면서였죠. 당시 노션의 기업가치는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전 세계 노션 사용자는 400만 명이었어요. 투자 유치는 단 36시간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예측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노션은 팬데믹 기간 무섭게 성장했어요. 2021년 10월, 103억 달러(약 13조7000억원) 가치를 평가받으며 데카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 2000만 명이 노션을 쓰고 있어요.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한국 기준 10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의 10배 기업이다.
1년 6개월 만에 다섯 배로 뛴 기업 가치. 그러나 노션의 성장 뒤엔 꽤 오랜 기간의 기다림과 방황이 있었습니다.
롱블랙이 노션의 창업자 그룹을 만나 그 드라마를 들었봤습니다. 아이반 자오Ivan Zhao CEO, 공동창업자인 사이먼 라스트Simon Last 전 CTO, 그리고 악샤이 코타리Akshay Kothari COO까지.
Chapter 1.
사이먼 라스트 : 자퇴 개발자의 10년 도전기
190cm가 훌쩍 넘는 키. 새하얀 얼굴에 붉은색 머리. 노션의 공동창업자 사이먼 라스트Simon Last는 미소가 수줍었다. 2013년 아이반 자오Ivan Zhao와 노션을 같이 세우고, 10년간 노션의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아왔다.
사이먼이 아이반을 만난 건 2013년. 컴퓨터공학을 2년째 전공하던 스무 살 때였다. 아이반과 그는 처음부터 대화가 통했다. “프로그래밍을 못해도 누구나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할 때 특히 그랬다.
“중세 시대엔 글을 읽는 사람이 소수였어요. 그 사람들끼리만 정보를 교환했죠. 10년 전, 우리는 컴퓨터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프로그래밍을 아는 사람만 웹페이지를 만들어 자기 생각을 알렸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컴퓨터는 문서 작성 기계일 뿐이었고요.”
_사이먼 라스트 노션 공동창업자, (이하)롱블랙 인터뷰에서
사이먼은 곧 대학을 자퇴했다. “그렇게 생각이 통하는 사람(아이반)은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사무실 위층에서 살고 있었다”며 웃었다.
의기투합. 그러나 제품을 2016년에 내기까지 둘은 4년을 방황했다. ‘극도로 유연한 협업 툴’을 만들기 위해 개발을 뒤엎길 반복한 시간이었다.
사이먼은 “2015년이 가장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2년간 쌓은 코드를 인프라 문제로 리셋하기로 결정한 순간이었다.
팀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둘은 미국을 떠나 일본 교토로 갔다. 아이반의 어머니에게 빌린 15만 달러(약 2억원)을 쥐고 ‘일에만 집중할 곳’을 찾은 것이다.
“다시 시작하자는 결정은 힘들었는데, 그 뒤엔 오히려 즐거웠어요. 개발에만 몰입할 수 있었으니까요. 창업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_사이먼 라스트 노션 공동창업자
속도가 중요한 실리콘밸리에서 제품 없이 보낸 4년. 아이반과 사이먼은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아이반과 저는 둘 다 늘 마음의 기복이 크지 않은 편이에요. 실패한다 해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성공한다고 아주 좋아하지도 않죠. 좋은 소식이 들리면 바로 ‘다음엔 뭘 해야 하지’ 하고 생각하는 편이죠.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_사이먼 라스트 노션 공동창업자

Chapter 2.
아이반 자오 : 르네상스맨이 떠올린 레고 아이디어
단단한 사람. 아이반 자오의 첫인상이다. 작은 체구에 표정이 다부졌다. 눈빛에는 힘이 넘쳐 보였다. 편하게 대화를 하다가도 궁금한 점이 생기면 꼬리를 낚아채 질문했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어투에 확신이 가득했다.
아이반 자오는 ‘르네상스맨*’으로 자랐다. 중국에서 자란 어린 시절, 꽤 오래 코딩을 배웠다. 고등학생 때 캐나다로 이민했다. 대학에선 심리학과 순수미술을 함께 전공했다. 친구들은 대부분 예술가였다. 이들의 부탁으로 웹페이지를 만들며, 아이반은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르네상스기의 만능 교양인
“친구들은 창의적인 예술가였지만, 컴퓨터를 창의적으로 쓰지는 못했어요. 문서를 만들 때나 컴퓨터를 썼죠. 타자기처럼요. TV 보듯 수동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한 거예요. ‘누구나 자유롭게 웹페이지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이하)롱블랙 인터뷰에서
2016년, ‘교토 특훈’ 끝에 탄생한 노션 1.0 버전. 핵심 콘셉트는 ‘블록 쌓기Building Blocks’였다. 레고를 조립하듯 소프트웨어 기능을 조합해 웹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노션 1.0은 초기부터 유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스타트업의 빌보드 차트’라 불리는 프로덕트 헌트Product Hunt에서 5000여 명의 추천을 순식간에 받았다. 트위터와 주요 테크 커뮤니티에선 팬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때도 아이반은 평정심을 지켰다. 오히려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그의 목표는 이미 “누구나 쓰는 가정집 브랜드Household brand를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노션 안의 메모가 외부 메일, 슬랙Slack 메시지와도 연결돼야 했다.
다시 개발에 뛰어든 아이반과 사이먼. 2년 뒤, 목표한 노션 2.0을 발표했다. 전 직원이 10명도 안 되던 때였다. 사용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업무 생산성을 위해 필요한 유일한 앱The Only App You Need for Work-Life Productivity”이라는 기사를 낼 정도.
매출이 치솟았고, 투자 러브콜이 쏟아졌다. 초창기 투자자로 노션을 지켜보다가 여덟 번째 멤버로 합류한 악샤이 COO는 “회사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돌아봤다.
“투자자들이 우리를 쫓아다녔어요. 아이반이 예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아트페어 티켓을 들고 무작정 회사에 온 투자자도 있었죠. 우리가 자주 가는 식당을 찾아온 투자자도 있었고요.”
_악샤이 코타리 노션 COO, (이하)롱블랙 인터뷰에서

Chapter 3.
Keep it dumb : 나무 캐비닛을 만드는 마음으로
사람들은 왜 노션을 열성적으로 지지했을까.
한국에서 가장 먼저 노션 앰배서더가 된 테크 칼럼니스트 ‘해봄’에게 물었다. 그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것이 노션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노코드 툴은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결국 개발자의 언어로 이뤄져 있어요. 디비전Division이나 클래스Class 같은 코딩 용어를 쓰면서 ‘누구나 쉽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고 하죠. 실제로 노션 관계자들을 만나면, 그들은 ‘우리는 레고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프로그래밍’ 대신 ‘빌딩’이라는 단어를 썼고요.”
_해봄 테크 칼럼니스트, (이하)롱블랙 인터뷰에서
해봄은 이 배경에 노션의 초기 멤버 중 글을 쓰는 사람이 있었다는 점을 짚었다. 백악관 대변인실과 VC 에디터를 거쳐 노션의 첫 마케터로 합류한 카밀 리켓츠Camille Ricketts 전 CMO최고마케팅책임자가 대표적이다. 해봄은 “이들이 노션의 개발 언어를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바꾼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 쉬운 사용자 경험은 노션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 중 하나다. 아이반 자오는 경험 설계의 비결을 “단순해지는 것keep it dumb”이라고 설명했다.
“노션은 팬시fancy하지 않아요. 보수적이고 클래식classic*한 디자인을 추구하죠. 유저의 콘텐츠가 빛나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우리 디자인에 눈길이 가선 안 돼요. 우리의 기술은 가장 간단하게 전달돼야 합니다.”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고전적인’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아이반은 책을 한 권 소개했다. 파이돈 출판사에서 나온 『1000 디자인 클래식』. 1660년대 이후 출시된 클래식한 디자인 제품을 담은 책이다. 노션 사무실의 각 회의실 이름은 책 속의 제품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최근 문을 연 서울 사무소의 회의실 이름은 ‘ABC Blocks’다.
“아름다우면서도 유용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노션의 가장 명확한 미션입니다. 예술품을 만들듯이 가치 있는 것을 만들려고 하는 마음이죠. 일종의 ‘장인정신craftmanship’이에요.
우리가 하는 일은 나무 캐비닛을 만드는 것과 비슷해요. 그래서 노션에는 ‘완벽’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수많은 사람이 수십 년간 좋아할 도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죠. 아름다운 캐비닛은 100년이 지나도 사용되잖아요.”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아이반은 “좋은 경험은 명확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 정상이 어디인지는 산 아래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듯, 어떤 것이 더 나은 경험인지도 모든 이들이 명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는 노션에 대한 시장 반응에 놀라지 않았어요. 우리가 직접 써보면 노션이 가장 좋다는 걸 판단할 수 있었으니까요. 다른 사람의 평가를 물어볼 필요가 없었죠.”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Chapter 4.
Connecting dots : 나의 시야를 넓히려면
좋은 사용자 경험에 대한 통찰력. 결국 노션의 핵심 경쟁력은 이것이 아닐까. 아이반에게 물었다. “통찰력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시야를 넓혀야 해요. 테크 업계 사람들은 보통 시야가 좁은 편이에요. 테크 비즈니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만 보거든요. 다른 업계를 봐야 해요. 예술과 건축, 산업디자인에 심지어 역사까지 알아야 하죠. 넓은 시야가 있어야 다른 사람들이 잇지 못하는 점을 이을 수 있어요."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Connecting dots. 스티브 잡스가 떠올랐다. 아이반은 스티브 잡스 연설과 글을 모은 책 『Make Something Wonderful』을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영화를 보고, 주변에 좋은 가구를 둬야 해요. 우리는 사무실에 아름다운 가구를 놓고 있어요. 좋은 가구는 영감을 주거든요.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죠.”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노션의 샌프란시스코 본사는 주거 지역(Harrison Street)에 있다. 양조장과 축구장이 본사를 둘러싸고 있다. 5층 건물에 들어가면, 노란빛 따뜻한 조명과 부드러운 러그가 깔려있다. 사무실에 들어갈 때 직원들은, 모두 신발을 벗고 들어선다.
“우리는 예술과 인문학, 미학에 기반을 둔 회사예요. 실리콘밸리에서도 특이한 회사죠. 그게 우리의 다른 점이고요.”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노션의 명함에는 각 직원의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다. 손으로 직접 그린 듯한 얼굴. 노션의 초창기부터 일한 디자이너, 로만 무라도프Roman Muradov가 그린 것이다. 노션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보이는 캐릭터 역시 그의 작품이다. 악샤이 COO는 지금도 로만이 제품 스토리텔링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만은 지금도 넓은 책상에 앉아 큰 종이를 놓고 잉크로 그림을 그립니다. 제품의 메시지를 정할 때도 손으로 그래픽을 그려보곤 하죠. ‘변하지 않는 최고의 도구Timeless Classic Tool를 만들려면 주변에도 그런 도구가 있어야 한다’는 아이반의 생각과도 이어져요.”
_악샤이 코타리 노션 COO
Chapter 5.
Super power : 속도를 무기로, AI에 뛰어들다
노션의 또 다른 경쟁력을 보여주는 장면. 2022년 10월 처음 소개된 인공지능 글쓰기AI Writing 기능이다.
노션 팀은 2019년 오픈AI의 챗GPT 초기 모델을 봤다. 그때만 해도 오류가 많아 기술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GPT-4를 만난 2022년 10월, 변화가 심상찮다는 걸 깨달았다. 당시 전 직원이 회사 바깥의 한 호텔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던 때였다. GPT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을 얻었다.
깨달음을 얻은 즉시, 아이반과 사이먼은 방에 틀어박혀 AI 글쓰기를 개발했다. 2박 3일간 개발이 이어지며 물병이 수북이 쌓일 정도였다. 그 끝에 생성형 AI가 결합된 글쓰기 기능 초기 버전이 탄생했다. 전 세계 협업 툴 중 최초였다.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에 참여한 인력은 겨우 5명. 악샤이 COO는 “무제한 AI 글쓰기 기능에 월 10달러의 구독 모델을 붙였는데,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 있어 속도speed는 가장 강력한 무기예요. 직감적으로 방향을 정하고, 경우의 수를 빠르게 계산하죠. 시작은 냅킨 매스napkin math. 그 뒤 장단점을 비교하고 팩트를 체크해요. 이 모든 계산이 순식간에 끝나야 하죠. 대기업은 이런 식으로 일할 수 없어요. 그래서 스타트업이 강한 거죠.”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아이반이 속도를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 테크 씬의 급격한 변화다. 아이반은 특히 AI가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거라 내다봤다.
“AI는 인터넷의 탄생만큼이나 중요해요. 모바일 혁신보다 더 중요하죠. 예전엔 없던 소재가 나타난 거라고 봅니다. 과거 알루미늄이 발견돼 비행기가 생겨나고, 국제 이동이 가능해졌죠. AI도 마찬가지예요. 판을 바꾸는 존재죠. 전기의 등장과 비슷해요.”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아이반은 “고민할 것 없이no brainer, AI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션은 2023년 11월, 생성형 AI를 결합한 두 번째 기능을 선보였다. AI Q&A. 역시 5명의 TF가 프로토타이핑을 내놓은 기능이다.
챗GPT처럼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답을 내놓는 것은 동일하다. 다른 점은? 생성형 AI가 우리 회사(팀)의 노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 내 보고서와 회의록을 뒤져 답변을 내놓는 것이다.
“AI라는 재료는 이미 다 준비가 돼 있어요. 눈앞에 있는 ‘당신의 게임’에 집중하면 돼요. AI는 소통을 하기 때문에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매우 중요하죠. 캐비닛을 만드는 것과 똑같아요. 자기가 쓰기 좋은 캐비닛을 만들면 되는 거예요.”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Chapter 6.
Small ship : 데카콘의 ‘작은 배’ 활용법
AI 기능만 특별히 빠르게 개발된 건 아니다. 노션의 모든 신규 기능은 5명 안팎의 팀이 개발한다. 노션의 리더들은 이를 ‘작은 배small ship’라고 표현했다. 일의 방향을 쉽게 바꾸려면, 식탁 하나에 둘러앉을 수 있는 규모여야 한다면서 말이다.
총 8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노션의 전체 직원 수는 500여 명에 불과하다. 데카콘 중에서 가장 작은 조직이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게 자랑스러워요.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다다익선’이 아니에요. 때론 잘못 뽑은 이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진심으로 하는 경우도 있죠.”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노션의 디자이너는 겨우 12명. 대신 각 사람이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췄다. 이 중 10명은 코딩을 할 줄 안다고 아이반은 말했다. 이에 더해 악샤이 COO는 한 사람이 한 일만 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디자이너가 코딩도 할 줄 아는 이유는) 개발하기 어려운 디자인을 내놓거나, 반대로 디자인이 최악인 개발이 진행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예요. 노션의 직원은 한 가지 일만 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속의 스타트업’처럼 여러 일을 동시에 하죠.”
_악샤이 코타리 노션 COO
노션은 2023년 한국에 지사를 세울 때도 ‘작은 배 원칙’을 적용했다. 초기 직원은 단 네 명. 이들이 강남구 공유오피스 4인실에 모여 노션코리아를 시작했다. 대신 ‘한국 시장을 챙기겠다’고 생각한 순간, 본사 경영진은 즉시 움직였다. 아이반과 사이먼, 악샤이가 설립 1년도 되기 전에 전부 한국을 찾은 것이다.
“임원들이 문 잠그고 자기들끼리 결정하는 장면은 노션에 없어요. 아이반이든 누구든, 직접 소통하죠. 인터뷰 문의를 보내면 하루 만에 아이반이 답을 보내올 정도입니다.”
_박대성 노션코리아 지사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Chapter 7.
Truth seeking : 자존심을 버리는 대신 갖춰야 할 것
노션이 핵심 인재상을 정의하는 네 가지 기준이 있다. 노션이 성장함에 따라 기준은 조금씩 바뀌어왔다고 한다.
1. 미션에 진심으로 몰입한다We are drivers of our mission.
2. 속도를 스스로 조율한다We are pace setters.
3. 진실을 추구한다We are truth seekers.
4. 친절하면서 솔직하다We are kind and direct.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1번. 이들이 얼마나 일과 미션에 진심인지 읽어내는 것이다. 아이반은 “그래서 채용 인터뷰 2시간 동안, 최대한 모든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사람들을 고용하며 알게 된 건,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관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절대 옳고 그른 건 없죠. 중요한 건,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거예요. 스타트업에선 그런 사람만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회사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건 3번. 문제를 발견했을 때 ‘무엇이 진실인지’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다. 특히 “창업가들에게 가장 어려운 덕목”이라고 아이반은 설명했다.
“창업가들이 대부분 갖추고 있는 역량이 있어요. 열정적이고, 일에 대한 기준이 높아요. 직관적으로 빠른 판단을 내리고요. 하지만 창업자들이 갖기 어려운 가치가 바로, 진실 추구truth seeking예요.”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인터뷰가 끝날 즈음, 진실을 추구하려면 먼저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kill your ego’고 아이반은 강조했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모든 이가 의견을 내게 해야 해요. 그리고 내 의견이 아니라, 가장 좋은 의견이 선택되도록 해야 하죠. 자신이 돋보이려고 노력하거나 누군가의 공을 따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저 최선의 방향이 무엇인지만 생각해야 해요.”
_아이반 자오 노션 CEO


롱블랙 프렌즈 B
짧게 후일담을 전하려 합니다. 노션을 처음 만나 레코드를 내놓기까지, 6개월이 걸렸어요. 두 번의 공식 인터뷰 외에도 세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취재를 했죠.
그래서일까요. “노션에 완벽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습니다. 롱블랙이 지향하는 바와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더 좋은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을 대신 말한 느낌이랄까요. 이 마음이 롱블랙 피플에게도 닿길 바랍니다.
질문을 하나 던질게요. 한국에서 빠르게 자리 잡은 협업 툴, 노션의 경쟁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창업팀 이야기를 봤을 때 그 경쟁력은 어디서 왔다고 보셨나요.
떠오른 게 있다면 노션에 기록을 남겨봐도 좋겠습니다. 나만의 도전을 시작할 때, 하나의 힌트가 될 지도 모르니까요.
*이 노트는 롱블랙이 운영했던 테크 미디어 ‘Ep9’에 발행되었던 글입니다. 꼭 알아야 할 기술 지식과 업계의 이면을 쉽고 재미있게 다루기 위해 기획했습니다. 롱블랙 검색창에 ‘Ep9’을 검색하시면 더 많은 콘텐츠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롱블랙 프렌즈 B
“실리콘밸리의 대혼란에서 살아남을 테크 스타트업의 상징.”
2020년 4월, 뉴욕타임스는 노션Notion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5000만 달러(약 670억원)의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하면서였죠. 당시 노션의 기업가치는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전 세계 노션 사용자는 400만 명이었어요. 투자 유치는 단 36시간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예측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노션은 팬데믹 기간 무섭게 성장했어요. 2021년 10월, 103억 달러(약 13조7000억원) 가치를 평가받으며 데카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 2000만 명이 노션을 쓰고 있어요.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한국 기준 10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의 10배 기업이다.
1년 6개월 만에 다섯 배로 뛴 기업 가치. 그러나 노션의 성장 뒤엔 꽤 오랜 기간의 기다림과 방황이 있었습니다.
롱블랙이 노션의 창업자 그룹을 만나 그 드라마를 들었봤습니다. 아이반 자오Ivan Zhao CEO, 공동창업자인 사이먼 라스트Simon Last 전 CTO, 그리고 악샤이 코타리Akshay Kothari COO까지.
Chapter 1.
사이먼 라스트 : 자퇴 개발자의 10년 도전기
190cm가 훌쩍 넘는 키. 새하얀 얼굴에 붉은색 머리. 노션의 공동창업자 사이먼 라스트Simon Last는 미소가 수줍었다. 2013년 아이반 자오Ivan Zhao와 노션을 같이 세우고, 10년간 노션의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아왔다.
사이먼이 아이반을 만난 건 2013년. 컴퓨터공학을 2년째 전공하던 스무 살 때였다. 아이반과 그는 처음부터 대화가 통했다. “프로그래밍을 못해도 누구나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할 때 특히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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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우면서 유용한 도구를 만들기. 노션이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노션
교토 특훈을 하던 2015년, 아이반이 찍은 사이먼의 모습. 아이반은 노션 일본어 버전을 출시한 2021년,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이때 디테일과 장인정신, 헌신을 배웠다"고 적었다. ⓒ아이반 자오 트위터
사이먼 라스트와 동고동락하던 시절을 보여주는 아이반 자오. Ⓒ롱블랙
사이먼 라스트와 동고동락하던 시절을 보여주는 아이반 자오. Ⓒ롱블랙
아이반 자오와 대화 나누는 사이먼 라스트. 마음이 잘 맞았던 아이반 자오와 함께 노션을 창업했다. Ⓒ롱블랙
롱블랙과 인터뷰하는 아이반 자오. 4년의 개발 끝에 출시한 노션은 곧바로 투자 러브콜을 받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롱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