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L
무대로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수상자들은 딱따구리 모자를 쓰거나 벌레 인형을 목에 두른 채 연단에 올라. 소감이 늘어지면, 어린아이가 나와 “지루해요!”라고 외치지. 이런 시상식, 본 적 있어?
해마다 이런 장면을 연출하는 주인공,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이야. 1991년부터 해마다 ‘누구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연구’ 10가지를 뽑아 상을 주지. 별명은 ‘짝퉁 노벨상’이래!
어떤 연구가 상을 받냐고? 한국 시간으로 어제 발표된 35회 이그노벨상* 수상작을 살짝 볼까? ‘소를 얼룩말처럼 칠하면 파리에 덜 물린다’는 가설을 확인한 연구원이 생물학상을 탔어. ‘보드카 한 잔이 사람들의 외국어 능력을 높인다’는 걸 밝힌 심리학자는 평화상을 받았고.
*35회 이그노벨상은 2025년 9월 18일 오후 6시, 미국 보스턴대에서 열렸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이그노벨상이 세상에 왜 필요한 거야? 그 이유를 한번 파헤쳐 봤어!
Chapter 1.
과학 유머 에디터, 괴짜 시상식을 떠올리다
이그노벨상은 ‘사람들을 웃기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업적’을 기리는 상이야. 과학을 주로 다루지만, 기준에 맞으면 분야는 가리지 않아. 일례로 일본 게임기 ‘다마고치’ 개발자들은 ‘수백만 시간 노동을 가상 반려동물 키우기에 투자하게 했다’며 1997년 이그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어.
시상식은 1991년부터 시작됐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금까지 35회 개최됐지. 주최 측 의지가 대단하지? 그래서인지 과학계는 이들을 치켜세워. 영국의 대표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이그노벨상을 “과학계 연중행사 중 하이라이트”라고도 평했지.
이 상의 기획자는 마크 에이브러햄스Marc Abrahams야. 1956년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재현할 수 없는 결과에 관한 저널Journal of Irreproducible Results, 이하 JIR’의 에디터였어. 무슨 잡지냐고? 과학 유머를 다루는 잡지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