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닥터 김덕래 : 만년필 1만 자루 고친 수리공, ‘반려 펜’의 세계를 열다


롱블랙 에디터 B 

하반기를 시작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일기부터 써보려 해요. 서랍 속에서 잠자던 만년필을 꺼냈죠. 이런, 잘 써지지가 않네요. 

만년필 고치는 법을 검색합니다. ‘펜닥터’라는 직업이 나오네요? 만년필 1만 자루를 고쳤다는 이가 눈에 들어왔어요. 김덕래 펜닥터. 국내에 몇 안 남은 만년필 수리공이라고 합니다. 그는 어떻게 만년필 고치는 사람이 된 걸까요.


김덕래 펜닥터

김덕래 펜닥터가 만년필 수리공으로 일한 지는 올해로 10년째입니다. 그의 손을 거쳐 간 고객만 수천 명이 넘어요.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만년필을 소재로 글을 쓰기도 하죠. 2022년 『제 만년필 좀 살려주시겠습니까?』라는 책도 출간했어요. 

디지털 시대가 되며 수리공 수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죠. 문구류 회사에서 일하던 김 펜닥터도 처음엔 가욋일로 수리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누군가의 사연이 담긴 펜을 고치는 보람이 쌓여, 어느덧 직업적 소명이 생겨났습니다.

Chapter 1.
펜닥터의 한 평짜리 수술실

김덕래 펜닥터의 작업실이 있는 곳은 김포시 장기동의 한 아파트. 집들이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어요. ‘똑똑’. 현관문을 노크하니, 노란색 작업용 앞치마를 두른 그가 반겼어요. 귀 뒤로 정갈히 묶은 흰머리와, 동그란 갈색 안경. 보기만 해도 펜을 정말 잘 다루겠다는 생각이 드는 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