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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볼펜 브랜드들의 파격적인 변신, 브랜드 확장 사례 알아보기

점차 모든 분야의 디지털화에 따라 문구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침체되는 시장 속에서 시장을 리드하던 브랜드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요?


펜코 : 볼펜에서 시작해 18개의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1999년, 하이타이드는 펜코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내놓아요. 그 시작은 시바사키가 미국에서 본, 볼펜 한 자루였어요. 심플하지만 왠지 모를 향수가 느껴지는 노크식 볼펜*. 영감을 얻은 시바사키는 ‘가상의 미국 펜 회사Pen Company가 만드는 미국식 볼펜’이라는 세계관을 떠올렸어요.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펜코가 됐죠.
*버튼을 눌러 심을 사출하는 방식의 펜.

펜코의 볼펜은 당시 미국 문화를 동경하던, 일본인들의 취향을 제대로 공략했어요. 이어 노트, 크레파스, 바인더 등. ‘70년대 미국 영화에 나올 법한’ 문구들을 만들며 펜코, 그리고 하이타이드는 승승장구 했어요.

그런데 2013년, 시바사키는 57세의 나이에 돌연 은퇴를 결심했어요. “내 감각과 앞으로 젊은 친구들이 원하는 것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죠. 그는 후계자를 찾기로 해요.

그때 눈에 들어온 사람이 타케노 준스케였어요. 당시 타케노의 아버지는 수첩 제조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하이타이드의 수첩 역시 생산했어요. 파트너이자 친구였던 두 사람은 자주 대화를 나눴어요. 시바사키는 자연스레 친구 아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됐죠. 

“그전까지 문구에 별 관심도 없었고, 다니던 직장에 만족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런 기회가 저에게 또 있을까 싶더군요. 미지의 업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 말이에요. ‘이것도 인연이다. 인생을 걸자!’는 생각으로 수락했습니다.”

타케노는 하이타이드란 회사를 이해하고자, 먼저 모든 사원과 일대일로 만났어요. 그러면서 하이타이드가 생각보다 더 멋진 회사임을 깨달았다고 해요.

“회사를 좋아하는 사람, 이 회사를 더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는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이런 사람들이 만드는 제품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 싶었죠. 이들이 중심이 되는 회사를 만들고, 또 경영해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이타이드


그 결과, 18개에 달하는 자체 브랜드가 만들어졌어요. 디자이너가 만들고 싶은 문구들이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한 거예요.

“그전까지 하이타이드는 (오너가 보기에) 멋있는 문구를 만들었어요. 디자이너의 동기나 열정,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제품을 잘 아는 사람은 디자이너예요. 이들의 가치관이 반영되는 문구야말로 진정 멋있는 문구가 아닐까, 생각했죠.”

가령 한 디자이너가 파우치, 가방, 필통 등 수납이 가능한 제품을 기획해 왔어요. 이를 한데 모아 탄생한 브랜드가 ‘네에’입니다. 독일어로 ‘곁에’라는 뜻이에요. 늘 곁에 있는 제품이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파우치 하나가 1만원에서 2만원 사이로 비싸지 않죠.

뉴 레트로는 ‘1980년대 일본’이라는 컨셉을 제시한 디자이너가 그 출발이었어요.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스티커와 노트는 물론, 가방과 티셔츠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내놓고 있죠.

또 다른 디자이너는 대리석으로 만든, 혹은 대리석 문양의 문구를 기획해 왔어요. 지금의 아타셰attaché라는 브랜드예요. 아타셰는 프랑스어로 ‘애착’이라는 뜻이에요. 누군가에겐 공책이나 볼펜이, 반려동물만큼이나 애착이 가는 대상이거든요.

그런데 이 디자이너가 이번에는, 대리석으로 된 수납 그릇들을 기획해 왔어요. 문구라기보다는 잡화에 가까웠죠. 아이디어를 폐기했을까요? ‘마블’이라는 이름의 수납 용기 전문 브랜드를 출시했어요. ‘취향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공간에 두어도 어울리는’ 수납 용기를 만드는 곳이죠.

“한 브랜드에는 이를 만든 디자이너의 취향과 세계관이 오롯이 반영됩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선 자식 같을 겁니다. 책임감 있게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겠죠. 그래서 브랜드가 18개나 되지만 결코 컨셉이 겹치지 않아요. 브랜드마다 다 다른 사람이 녹아들었으니까요.”

이처럼 타케노가 생각하는 하이타이드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로컬 브랜드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는 펜코의 이야기를 아래 링크에서 더 읽어보세요!


BIC : 74년 전통 볼펜 기업의 새로운 시도



“수많은 사람에게 빅 크리스탈 볼펜은 곧 볼펜과 ‘동의어’였다. 정식 호칭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을 정도다.”

영국의 문구류 품평회 ‘런던 문구 클럽Stationery Club in London을 만든 제임스 워드James Ward가 쓴 문장이에요. 그는 자신의 책 『문구의 모험』에서 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죠.

그의 문장처럼, 빅은 세상에 ‘볼펜’을 알렸어요. 귀족들의 문화였던 펜을 대중화했거든요. 1950년, 빅이 30센트(현재 가치 약 2달러, 약 2600원)에 볼펜을 팔기 전까지 펜은 아무나 쓸 수 없었어요.

빅은 볼펜 만드는 회사에 머무르지 않았어요. 볼펜 못잖게 가벼운 일상품을 만드는 회사로 뻗어갔죠. 

일상품에 주목한 이유, 회사의 미션과 이어져 있어요. 빅의 목표는 ‘일상을 더 쉽게, 더 즐겁게 만드는 것We bring simplicity and joy to everyday life입니다. 

ⓒBIC


계속해서 고객의 필요를 찾던 빅, 2019년에는 ‘템포러리 타투Temporary Tattoo’ 시장에 뛰어들었어요. 그냥 타투가 아닌 ‘일회용 타투’ 시장이었죠. 왜일까요? 

“사람들이 처음 타투를 받을 때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타투 가게에 들어가서 도안이 가득한 벽을 봅니다. 그리고 휴대폰을 켜서 이렇게 적겠죠. ‘나한테 딱 맞는 타투를 찾지 못했어’. 그게 템포러리 타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_곤잘베 비치 빅 CEO, 2024년 포춘에서

빅은 이번에도 사람들이 타투에서 느끼는 장벽을 떠올렸어요. 특히 한 번 새기면 지우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죠. 그래서 그렸다가 지울 수 있는 ‘일회용 타투’를 떠올린 거예요. 

빅은 2018년 바디마크BodyMark라는 제품을 내놨어요. 피부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인펜처럼 생긴 타투 마커예요. 약 4일이면 타투가 깨끗이 지워지죠.

중요한 건 빅이 전문가의 영역이던 타투의 장벽을 낮췄다는 거예요. 가격도 저렴해요. 타투 기계는 보통 100달러(약 13만원)가 넘어요. 하지만 빅의 타투 마커 한 자루는? 5.85달러(약 7800원)죠! 

이후 빅은 타투에 더 진심을 보였어요. 2022년 타투 전문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죠. 타투 회사 잉크박스Inkbox와 타틀리Tattly를 품은 거예요. 두 회사 모두 반영구 타투 스티커를 만들거나 파는 곳이었죠. 

“사실 펜과 종이가 있기 전에도 타투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타투가 가장 오래된 자기표현 형태라는 점 때문이죠.”
_곤잘베 비치 빅 CEO, 2024년 패스트컴퍼니에서

74년 전통의 볼펜 브랜드가 일회용 타투 시장에 뛰어들기까지, BIC의 새로운 시도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더 확인해보세요!


모나미 : 국내 문구 업계 1위 브랜드의 파격적인 변신

ⓒ모나미


모나미. 국내 문구 업계 1위 브랜드예요. 문구 시장 점유율이 44%*에 달하죠.
*2022년 모나미 사업보고서

그렇다고 아주 느긋한 상황은 아닙니다. 문구시장 침체가 심하거든요. 학령 인구가 줄고 있잖아요. 필기구 매출도 덩달아 줄어들죠. 양지사와 동아연필이 2년 연속 적자를 낼 정도예요. 모닝글로리도 지난해에 겨우 적자를 탈출(2022년 영업이익 7억원)했죠. 

모나미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계속해서 찾고 있어요. 모나미가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거 아시나요? 23년 1월 ‘모나미코스메틱’이라는 법인을 세웠어요.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사업을 시작한 거예요.

문구 회사가 웬 화장품인가 싶지만 들어보니 일리가 있어요. 색조 화장품이랑 문구는 사실 제조 기술이 비슷하단 거예요. 펜슬형 아이브로우나 립스틱을 생각해보세요. 돌려 쓰는 색연필과 메커니즘이 똑같죠. 게다가 색 조합이라면 문구 회사를 따라오기 힘들잖아요.

실제로 독일 대표 필기구 브랜드 스타빌로Stabilo가 화장품 제조로 연 3200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고 해요. 샤넬, 디올의 펜슬 제품을 만든단 거예요.  

ⓒ모나미


화장품 말고 옷도 내놨어요. 23년 6월, ‘모나미 패션 랩’이란 브랜드를 선보였죠. 이상봉 디자이너와 협업해 티셔츠, 바지, 셔츠, 모자 등 18종을 출시했어요.

옷들을 살펴보니 전형적인 ‘모나미룩’이에요. 모나미룩. 심플한 블랙 앤 화이트 룩을 가리키는 MZ세대 용어입니다. 신동호 모나미 마케팅팀장은 수년째 쓰이는 ‘모나미룩’이란 밈이 아까웠다고 해요. 

“사람들이 ‘모나미룩’이라면서 입고 다니는데, 정작 모나미는 옷을 팔지 않았더라고요. 우리가 주인공이 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죠.”

물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사업 확장 가능성도 봤습니다. 신 팀장은 모나미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해요. 모나미의 브랜드 정체성은 ‘평범해서 특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평범한 매력의 브랜드만이 일상에서 녹아들 수 있거든요. 통통 튀고 강렬한 브랜드는 매일 반복해서 보면 질리기 쉬우니까요. 모나미 153만큼 평범하게 일상을 지킨 브랜드가 없죠. 그게 곧 확장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문구라는 사양 산업에서 새로운 시도로 돌파구를 만들어나가는 모나미의 이야기를 아래 링크에서 더 읽어보세요!


더 많은 브랜드들의 스토리, 그들의 브랜딩 전략을 엿보고 싶다면 이전 글도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