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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헤리티지, 올드하지 않고 힙하게 전통을 풀어내는 법

전통 깊은 브랜드와 단지 오래된 브랜드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바로 헤리티지Heritage입니다. 적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간 이어온 브랜드의 히스토리에서, 오래도록 빛바래지 않는 가치를 유산으로 남긴 것이 브랜드 헤리티지예요.


앱솔루트 : 브랜드 헤리티지를 재해석하다


모두가 빛나는 역사를 가진 건 아니죠. 지금은 보드카계의 영 힙스터로 불리는 앱솔루트 역시 그랬어요. ‘보드카 벨트Vodka Belt’라는 말처럼, 보드카를 만드는 러시아, 폴란드, 핀란드, 발트 3국 등에서나 팔리는 독한 술에 불과했어요. 

“보드카의 정의를 살펴보면 ‘무색, 무미, 무취의 술’이라 나와있어요. 맹물 같은 알코올이죠. 참 재미없는 술이잖아요. 게다가 도수는 무지하게 높아요. 40도는 거뜬히 넘죠. 가격도 1000원대 전후. 보드카 벨트에서만 존재하니까 시장에도 제한이 있던 주류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때요? 보드카 브랜드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어요.”
_홍성태 교수

보드카, 그리고 앱솔루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야기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웨덴 정부가 독한 술을 지양하는 정책을 펼쳤어요. 내수가 꽉 막혀버린 앱솔루트는 버티기 힘들어졌어요.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 좋았겠지만 ‘보드카는 러시아 술’이란 인식이 강해서 쉽지 않았습니다. 냉전의 시대였으니까요. 

앱솔루트는 포기하지 않고 발 빠른 변화를 시도합니다. 춥고, 독한, 싸구려 이미지에서 힙하고, 젊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술로 변신했어요. 일단 디자인부터 세련돼야 했어요.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골동품 가게에서 팔던, 구식 의약용 병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짧은 목병, 금속의 스크루 마개, 간결한 라인. 원래 유럽에서 보드카는 13~16세기까지, 약병에 담아 마셨어요. 보드카의 그 역사적인 단서를 브랜드의 헤리티지로 차용한 거예요. 

“앱솔루트 퍼펙션Absolut Perfection. 문장 하나에 병 하나만 딱 놓고 광고를 하니, 얼마나 독특해요. 사람들이 잡지에 실린 앱솔루트 광고를 몰래 찢어갔어요. 이후에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백남준, 톰포드, 장 폴 고티에까지. 예술가들과 협업하면서 아트 컬렉션이 쌓이기 시작했죠.”
_홍성태 교수

가장 주목받았던 건 도시 시리즈였어요. 대표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광고에 녹여냈죠. 뉴욕 9.11 테러 당시에는, 두 병의 보드카를 쌍둥이 빌딩처럼 나란히 세운 광고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어요. 2015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 결혼 합헌 결정을 내리자, ‘컬러스Colors’라는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죠. 보드카 병에 성소수자(LGBT)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을 입혔어요.

144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도 앱솔루트의 시선은 늘 시대를 향해 있습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귀기울이죠. 어쩌면 앱솔루트가 내건 슬로건 자체가, 뉴헤리티지를 상징하는지 몰라요. “결코 달라지지 않겠지만, 늘 변화합니다(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홍성태 교수, 김재원 포인트오브뷰 대표 등 비즈니스 리더들이 말하는 새로운 브랜드 헤리티지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리바이스 : 브랜드 헤리티지로 MZ를 끌어들이다

ⓒAustin Burke


리바이스는 185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브랜드예요. 창립 후 1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청바지 브랜드 1위를 차지하고 있죠.

리바이스는 최근 ‘중년들이 입는 청바지’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했어요. 관건은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균형을 잃지 않을 것”.

“연륜 있는 브랜드가 역사를 지나치게 곱씹으면, 낡고 퀴퀴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역사를 무시하는 건,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자산 하나를 버리는 일이 되죠. 저는 컨버스Converse나 레이벤Ray-Ban처럼 헤리티지를 잘 활용한 브랜드를 공부했어요.”
_칩 버그 리바이스 CEO, 2018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인터뷰에서

그들은 소위 말하는 MZ들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했죠. 자기 취향에 맞는 개인화된 경험입니다. 리바이스는 2015년부터 일부 매장에 테일러 샵Tailor Shop 콘셉트를 넣었어요. 여기에선 데님 리폼 전문 직원이 패치워크부터 페인팅까지, 고객 맞춤 청바지 리폼 서비스를 제공해요. 고객이 고른 바지에 이름 이니셜을 새기고, 마음에 드는 패치를 붙여주죠. 세상에 하나뿐인 청바지를 살 수 있게 만든 거예요. 

여기에 더해 MZ가 사랑하는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했어요. 수프림, 가니, 스투시…. 2016년엔 버질 아블로의 오프화이트와 협업했어요. 관계자는 협업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요.

ⓒ리바이스


“이 콜렉션의 목표는 (브랜드의) 시대적 연관성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리바이스가 150년 넘게 해온 일이죠. 우리처럼 이렇게 오래 살아남은 의류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가장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살아남는 거예요. 오프화이트와의 협업이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의 일부예요.”
_조나단 청Jonathan Cheung 리바이스 디자인 헤드, 2016년 글래머와의 인터뷰에서

또 MZ가 모이는 소셜 미디어에 거침없이 진출했어요. 틱톡, 위챗, 제페토까지 말이에요. 다방면으로 노력한 덕에, 소비자 평균 연령이 2011년 47세에서 2018년 34세로 확 젊어졌습니다. 

그렇다고 리바이스가 어려지는 일에만 몰두하는 건 아니에요. 그들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리바이스는 과거 모델을 재출시하는 리바이스 빈티지 의류LVC·Levi’s Vintage Clothing라인을 운영합니다. 전통 데님 모델을 연구하는 디자인팀이 회사에 따로 있어요. 리바이스 501 모델 150주년을 기념해, 초기 리바이스 501을 재현한 LVC 컬렉션을 내놓는 식이죠. 

온라인을 찾아보면 리바이스 마니아도 많아요. 연도별로 나온 501 모델을 모으는 사람, 청바지 탭이 빨간색인 바지만 모으는 사람 등등 다양해요. 오래전 세상에 나온 청바지를 역사의 일부이자 보물처럼 여기는 거죠. 

“501처럼 우리 곁에서 세월을 함께해온 의류는 거의 없어요. 작업복 바지로 시작한 501 데님은, 문화와 계급의 경계를 뛰어넘는 자기표현의 캔버스가 됐었죠. 501은 트렌드를 이끌 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또한 사랑받을 거예요.”
_크리스 잭맨Chris Jackman 리바이스 마케팅 부사장, 2023년 캠페인브리프아시아에서

 최근에도 브랜드 헤리티지와 정체성을 주제로 '진; 정성'이라는 팝업을 열었던 리바이스, 그들의 브랜드 헤리티지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TWG : 마케팅으로 브랜드 헤리티지를 만들다


앞선 브랜드들만큼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그들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만들어낸 브랜드가 있습니다.

TWG, 2008년 싱가포르에서 출발한 이래, 전 세계 22개국에서 매년 약 9000만 달러(1270억원)를 벌어들이는 고급 차 브랜드가 됐어요.

마노즈북딥, 그리고 마란다 반스가 2008년 TWG를 창업했어요. ‘고급 티 브랜드’를 표방하면서요. 반스가 명품 마케팅 전문가였거든요. 싱가포르 사람들의 1인당 소비력이 높은 편이니, 아예 영국 빅토리아 시대* 상류사회의 ‘고급 티 살롱’을 표방하자는 거였어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집권한 1837년부터 1901년, 정세가 평화롭고 국민들은 자신감이 넘쳐 영국 최고 번영기라 불린다. 이 시기 차 문화가 크게 번영했다.

매장은 싱가포르의 금융 1번지인 래플스 플레이스Raffles Place에 세웠어요. 셋이 합쳐 1000만 달러(약 143억원)의 자본금으로 대리석 바닥, 원목 가구, 황금 도자기를 들였죠.

반스의 전략이 맞아 떨어졌어요. 매장에 종일 사람이 북적인 거예요. 차 한 잔에 평균 약 10달러(약 1만4000원). 인도나 중국에서 들인 가향차, 녹차, 홍차를 블렌딩해 팔았거든요. 그해에만 650톤의 찻잎을 팔아치웠어요.

ⓒTWG Tea


이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어요. TWG를 아예 싱가포르의 ‘헤리티지 브랜드’로 자리 잡게 했죠. 어떻게 가능했냐고요? 비결은 TWG 상표에 적힌 ‘1837’이란 숫자예요. 싱가포르가 상공회의소를 설립한 날이죠. 차와 향신료 교역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해이기도 해요. 

시간이 아닌 스토리로, 브랜드 헤리티지를 만들어 버린 거예요. 어딘가 속은 기분이지만, 영리한 브랜딩이란 생각이 들어요.

TWG의 아이콘인 겨자색 ‘찻잎 틴케이스’도 이때 만들었어요. 19세기 차 무역 당시 사용했던 보관함 모양을 그대로 재현했죠. 동그랗고 긴 원형 철통이예요. 우연일까? 북딥이 일했던 마리아쥬 프레르의 찻잎 보관통도 비슷하게 생겼어요. 

덕분에 TWG는 지금까지 ‘소비자 기만’과 ‘카피캣’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녀요. 그런데 타하 북딥은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에요. 수많은 차 브랜드 중에서, 이렇게 주목받는 게 소중한 기회란 거죠.

“레드오션과도 같은 차 시장에서 차 가게를 내는 건 미친 짓이었어요. 아시아에선 어디서든 차를 공짜로 마실 수 있는데, 돈을 버리자는 얘기냐는 우려도 들었죠. 그래서 포장에 집착했어요. 유럽은 이미 아시아에서 수입한 차를 아름답게 패키징해서, 아시아로 되팔고 있었거든요. 저도 어떻게 하면 다른 브랜드들보다 차를 더 잘 포장할지 고민했죠.”
_타하 북딥 TWG CEO, 2013년 더피크매거진 인터뷰에서

화려한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 헤리티지를 만들어낸 TWG의 브랜딩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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