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텔링, 브랜드의 코어 스토리를 찾아라

제품, 패키지, 홍보와 마케팅. 브랜딩에는 이 모두를 꿸 실이 필요해요. 이 실이 바로, 브랜드의 코어 스토리Core Story입니다. 

소설가처럼 이야기를 지어내라는 말이 아녜요. 우리 브랜드와 상품이 가진 핵심 가치를 찾아내 한 줄로 정리하는 것이죠. 그 핵심 가치가 직원들에겐 비전이, 고객에겐 브랜드 이미지가 돼 줄 겁니다.


카누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카페라는 매력적인 스토리

ⓒ카누 인스타그램


‘카누’.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카페, 전에 없던 카페’라는 뜻이에요. ‘새로운 카페’를 영어로 바꿔 ‘뉴 카페New Cafe’, 다시 순서를 바꿔 ‘카페 뉴’, 줄여서 ‘카뉴’. 그런데 ‘뉴’ 발음이 어려우니, ‘카누’로 하자는 안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어요. 

처음에는 이 이름을 두고, 팀 안에서 여러 말이 오갔다고 해요. “사람들이 과연 커피 브랜드라고 생각하겠냐?”, “고객들이 보트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유니콘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기조에 따라 파격을 시도하기로 합니다. 

카누로 이름을 정하고 나자, 이번엔 알파벳을 두고 격론이 오갑니다. ‘Cafe’의 ‘C’ 말고 알파벳 ‘K’를 쓰자는 의견이 나왔거든요.

“‘한국인들의 뇌에서 반응이 가장 활발하게 반응하는 알파벳이  K, T, N, Y, Z’라는 KAIST의 연구 결과까지 대동됐어요. 논의 끝에 K로 결정됐죠. ‘뭐든 새롭게 시도한다’는 대명제를 따랐습니다.”

카누의 패키지는 검은색 배경빨간 글씨가 시그니처죠. 그런데 2011년만 해도 꽤 파격적인 시도였어요. 식품 업계에서는 커피믹스 패키지에는 노란색을 사용하는 게 오랜 관행이었죠. 입맛을 돋운다는 이유였어요. 반면 검은색은 금기로 통했습니다. 

“과거 커피믹스 패키지는 천편일률이었어요. 우리는 패키지 하나에도 카누만의 페르소나를 담고 싶었습니다. 업계에서 잘 쓰지 않던 검은색을 사용했어요. 세상에 없던 제품이라는 참신함과,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기에 제격이었죠. 매대에서부터 무언가 달라 보이기를, 그래서 눈길 한번, 손길 한 번 더 가길 바랐습니다.”

사이즈도 일부러 작게 디자인했어요. 커피믹스처럼 180개짜리로 포장하지 않고, 10개짜리로 만들어 서랍에 쏙 들어가도록 했죠.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카페’라는 한 줄처럼. 

커피를 만들고, 이름을 짓고, 패키지를 디자인했다고 끝난 건 아닙니다.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말을 걸어야(telling) 하죠.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맥심 유튜브


초기에 카누는 TV 광고로 말을 걸었어요. 광고 모델은 몇 해 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 출연했던 배우 공유. 지금은 14년째 모델을 맡아 ‘인간 카누’라는 별명까지 붙었죠. 

카누의 첫 광고는 여느 커피믹스 광고와 달랐어요. 모델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마시거나 하지 않았죠. 공유는 카누 속 세상의 작은 바리스타로 변신했어요. 소인국 컨셉이었어요. 

거대한 사무실 안. 카누 패키지에서 바리스타 공유가 걸어 나와요. 직접 원두를 갈고, 거대한 책과 연필이 놓인 테이블로 올라가, 커다란 머그컵에 카누 커피 가루를 붓죠. 

“주 타깃이 직장인이었어요. 빠르고 간편하게 원두커피를 마시길 원하는. 그래서 광고에 사무실 장면을 꼭 넣었어요. 그 신scene에 익숙해지면, ‘우리 사무실에도 카누가 비치되면 좋겠다’고 생각할 테니까.”

처음에는 생소한 커피 광고에, ‘동서식품이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줄 알았다”며 가맹점 문의 전화가 오기도 했대요. 광고 효과 덕분일까요? 카누는 출시 보름 만에 누적 판매량 150만 개를 돌파했고, 두 달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어요. 

10여 년이 흘러, 카누의 브랜드 캠페인은 더 정교하게 세계관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카누의 브랜드 스토리를 전하는 법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락피쉬웨더웨어 : 사계절 팔리는 스토리를 만들다


락피쉬. 김지훈 대표가 처음 인수했을 때 지금처럼 레인부츠를 파는 브랜드는 아니었죠. 2004년 출발한, 소위 영국인의 ‘은퇴 후 로망’을 담은 브랜드였어요. 주말에 시골 별장에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이 페르소나였죠.

두툼한 피케Pique 면으로 만든 카라 티셔츠와 경량 패딩. 실제로 농사를 짓고 말 타기에 좋은, 편한 트레이닝복 느낌의 옷이 많은 것도 그래서예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어요. 소비자들은 컨트리 감성 대신, 자라ZARA와 H&M 같은 도회적인 브랜드에 몰렸죠. 락피쉬도 변화를 시도합니다. 당시 트렌드였던 레인부츠를 론칭했죠. 제법 성과가 좋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아요. 이미 완성된 브랜드가 아닌, 방향을 새로 잡고 나아가는 브랜드잖아요. 김 대표는 락피쉬에서 어떤 가능성을 본 걸까요? 

“락피쉬의 창립자인 줄스 알드레드Jules Aldred를 만나게 됐어요. 줄스는 고민이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영국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트렌드에 맞게 브랜드를 전개할 수 있을까. 문득 이들이 파는 레인부츠를 제대로 살려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김 대표의 눈에 레인부츠는 비주류가 아니었어요. 되려 ‘희소성 있는 아이템’으로 보였죠. 

“제대로만 한다면, 비주류도 주류가 될 수 있다고 믿었어요. 락피쉬는 실제 영국 마을에서 시작했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죠. 레인부츠 퀄리티도 훌륭했고요. 패키징을 제대로 한다면, 아무리 비주류여도 희소성을 자극할 거라 생각했어요. 사람은 ‘남들은 없고, 나만 가진 물건’을 하나쯤 두고 싶어 하니까요.”

ⓒ락피쉬웨더웨어


하지만 론칭 5년 차에 접어들자, 김 대표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브랜드가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실적이 꺾인 건 아니었어요. 그럼, 어떤 이유였을까요?

“백화점에서 저희를 ‘시즌 브랜드’라고 불렀어요. 대표 제품인 레인부츠, 젤리 슈즈가 여름 아이템이잖아요. 그러니 여름을 앞둔 때만 연락을 주더라고요. 앞으로 석 달만 팔자고. 그럼 코너샵에서 팔고, 가을이 될 무렵 철수하는 식이었죠. 사업을 지속하기 너무 힘든 구조였어요.”

락피쉬에서 락피쉬 ‘웨더웨어’로. 김 대표는 가장 먼저 이름부터 바꿨습니다. 날씨가 바뀌는 사계절을 모두 품은 브랜드란 걸 이름에 새겼죠.

“줄스와 깊은 대화를 나눴어요. 어떻게 하면 영국과 한국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락피쉬를 다시 돌아봤죠. 시즌 브랜드가 될 것이냐. 시즌별로 핫한 제품만 모인 브랜드를 만들 것이냐. 후자를 선택했어요. 어차피 계절에 의존할 브랜드라면, 여름만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핫한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예컨대 봄과 가을엔 메리제인 슈즈, 여름엔 레인부츠, 겨울엔 방한화와 목도리, 장갑을 내놓는 거죠. 김 대표는 락피쉬를 새 학기 소품을 파는 브랜드’라고 소개해요.

“락피쉬웨더웨어를 신발 브랜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새 학기 소품을 파는 브랜드에 가깝죠. 새 학기에 문구점이나 소품샵에 가면, 사람들이 다이어리와 연필을 구경하며 즐겁게 이야기하잖아요. 설레는 마음으로요.”

매력적인 스토리로 사계절 팔리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락피쉬의 이야기를 아래 링크에서 더 자세히 읽어보세요!


바네사 케이 : 제품에 감정적으로 이입이 되는 스토리를 녹이다

ⓒ뵈브 클리코 공식 웹사이트


바네사 케이Vanessa Kay는 럭셔리 주류 시장의 장벽을 낮췄습니다. LVMH 주류 사업부*마케터로 일하며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돔 페리뇽Dom Perignon, 모엣 샹동Moet & Chandon, 크루그Krug 같은 고급 주류 브랜드를 대중에 소개했어요.
*LVMH Wine & Spirit. 모엣 샹동, 헤네시, 크뤼그, 뵈브 클리코 등 15개의 고급 주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바네사가 맨 처음 담당한 LVMH 주류 브랜드는 ‘뵈브 클리코*’예요.
*1772년 출발한 프랑스의 샴페인 브랜드. 1775년 세계 최초로 로제 샴페인을 개발했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등장하며 ‘현대적 여성이 마시는 샴페인’으로 각광 받았다.

바네사는 뵈브 클리코를 ‘여성을 위한 샴페인’으로 마케팅했어요. 바브 니콜 클리코 퐁사르당Barbe Nicloe Cliquot Pansardin 여사의 일대기를 스토리텔링 했죠. 그녀는 와인 사업가였던 남편을 일찍 여의었어요. 27살이던 1805년에 양조장을 물려받아 사업을 일으켰어요.

사람들은 이런 인간의 ‘고군분투기’에 늘 귀 기울입니다. 고급 브랜드에는 늘 이러한 이야기가 압축돼 있어요. 탄탄한 브랜드가 쉽게 형성되지 않잖아요. 평범함에 안주하지 않고, 질 좋은 재료로 ‘최상의 맛’을 내려 애쓴 누군가가 있었던 거죠.

이 고군분투기는 럭셔리 마케팅 핵심입니다. 진심과 고뇌가 담긴, 땀 냄새 나는 이야기 말이에요. 이 이야기가 소비자와 브랜드를 ‘감정적으로 연결’해요. 

바네사는 뵈브 클리코 여사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롤 모델로 각인시켰어요. 소비자들은 뵈브 클리코를 마실 때마다 200년 전 샴페인 사업을 일으킨 강인한 여인을 떠올리죠. 고객들은 샴페인을 마시며 ‘치열하게 일하는 멋진 여성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감정적 느낌을 갖게 되는 거예요. 

“많은 브랜드는 소비자와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한 번 산 제품을 다시 찾게 하고 싶으니까요. 고급 샴페인은 맛과 패키징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으로 ‘브랜드의 역사’가 매력적이어야 해요. 식사 자리에서 오갈 만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여야 하는 거죠.”

바네사는 클리코 여사의 이야기를 브로셔에 담았어요. 그리고 뵈브 클리코가 납품되는 미국 레스토랑에 일일이 찾아갔죠. 소믈리에를 만나 브로셔를 전했어요. 여성 손님이 뵈브 클리코 샴페인을 찾거든, 꼭 이 이야기와 함께 소개해달라면서요.

“한 브랜드를 관리한다는 것은, 제품을 유통하는 대리점의 유통 파트너부터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 모두가 브랜드를 이해하고, 경험하고, 만질 수 있게 돕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파트너가 브랜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소비자에게 팔 수 있겠어요.”

‘결단력 있는 커리어 우먼’과 샴페인을 연결지은 전략은 제대로 먹혔습니다. 뵈브 클리코의 매출은 마케팅을 시작한 첫해인 2013년에만 250% 올랐습니다. 

ⓒ뵈브 클리코 공식 웹사이트


물론 스토리텔링이 전부는 아닙니다. 루이비통Louis Vuitton‘럭셔리의 대명사’이지만, 창업자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드문 것처럼요. 우리 기억에 오래 남는 브랜드는 ‘후광 효과halo effect'를 가지고 있습니다. 

뵈브 클리코 폴로 클래식이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히 귀족 스포츠 대회를 열어서가 아니에요. 뵈브 클리코의 키 컬러인 ‘노란색*’을 행사 곳곳에 배치했죠. 잔디밭에 노란색 바와 파라솔을 설치했어요. 스태프들은 노란 띠를 두른 모자와 앞치마를 착용한 채, 경기장을 돌아다녔죠. 노란 유리잔에 따른 로제 샴페인을 관람객에게 나눠주면서요. 모든 요소가 컬러풀colorful, 인스타그래머블하죠.
*유럽에서 노랑은 ‘행복’을 연상시키는 색이다. 뵈브 클리코는 병에 노란색 라벨을 붙여 구매자가 축하, 기념의 자리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떠올리도록 했다. 

바네사 케이는 샴페인과 시각적 강렬함, 폴로 경기를 심리적으로 연동시켰어요. 뵈브 클리코 샴페인만 봐도 짜릿함, 축제, 여유로움을 떠올리게 했죠. 대부분의 매력적인 브랜드는 이러한 후광을 갖고 있습니다.

“유능한 마케팅팀은 소비자가 생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브랜드를 접하게 해줍니다. 고객은 ‘완전히 몰입하는 경험’을 통해서만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샴페인도 강렬한 컬러를 쓰는구나’ ‘스포츠 경기 보면서 즐길 수도 있구나’ 생각하는 겁니다.”

와인에 이야기를 입혀내 매출을 급상승시킨 바네사 케이의 이야기를 아래 링크에서 더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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