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브랜딩하는 법, 퍼스널 브랜딩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들만 브랜딩을 하는 건 아니죠. 브랜딩의 주체를 '나'로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또 다른 직업을 찾기 위해...

이제는 퍼스널 브랜딩을 하지 않으면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퍼스널 브랜딩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케터 숭 : 퍼스널 브랜딩이란 나의 존재감을 만드는 것


이승희 마케터. 배달의민족과 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14년 차 마케터예요.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캠페인부터 브랜드북 『배민다움』, ‘네이버 연말차트’ 캠페인까지! 브랜드를 널리 알려왔어요. 

그는 퍼스널 브랜딩“나의 존재감을 만드는 것”이라 말해요. 그 존재감은 내 기록들이 쌓여 만들어지죠. 

‘마케터 숭’이란 그의 닉네임은 마케터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예요. 그가 ‘마케터 숭’이라는 브랜드가 된 것도, 꾸준히 기록을 쌓은 덕분이에요. 배달의민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고군분투를 담은 이승희 마케터의 블로그가 함께 컸죠. 

“퍼스널 브랜딩은 인플루언서가 되는 게 아니에요. 나라는 사람의 고유함을 만들고 알리는 거죠. 내 이야기, 내 생각을 꾸준히 기록하면 그게 내 고유함을 보여줘요.”

이승희 마케터는 어떤 서사를 만들어왔을까요? 브런치에 들어가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첫 회의’라는 제목이 보였어요. 배달의민족 오프라인 캠페인 기획 회의에서 페스티벌 얘기가 나왔죠.

이승희 마케터, 몰라서 회의에 낄 수가 없었어요. 그때 깨달았죠. ‘마케터에겐 자격증과 책이 아닌 경험이 자산이구나.’ 1년 동안 공부하듯이 페스티벌, 콘서트, 여행을 다녔어요. 또 이를 소셜미디어에 기록해,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었죠. 

캠페인이 끝나면 프로젝트 리포트를 남겼어요. 다른 팀원에게 레퍼런스로 보내주기도 했죠.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캠페인, 2021년 연말 인기였던 ‘네이버 연말차트’ 캠페인 같은 굵직한 기획까지. 이승희 마케터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그의 성장사가 보여요.  

ⓒ숭 블로그


“회사와 업에 대한 기록으로 기회를 얻고, 성장해 온 게 저만의 서사예요. 그 성장 과정을 솔직하고 낱낱이 보여준 게 제 고유함이 됐죠.”  

‘이승희’라는 사람의 존재감이 생기자, 성장의 기회가 따라왔어요. 

“제가 일하는 방식을 보고, 같이 일하자고 제안하는 분들이 생겼어요.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강연을 하고, 책을 내고. 모베러웍스와 협업해 제 브랜드 굿즈를 팔기도 했죠. 마케터로서, 그리고 이승희로서 성장하고, 확장할 기회가 생긴 거예요. 기록한 덕분에요.”

하지만 퍼스널 브랜딩이 회사와 동료에게 늘 환영받는 건 아니잖아요. 부정적으로 보면 어떡하죠? 


최인아 : 퍼스널 브랜딩은 '본캐' 중심으로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최인아 최인아책방 대표에게서 들을 수 있었어요. 1984년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 된 그는 퇴사 후 책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내가 브랜드라고 하면, 고객은 기꺼이 나라는 브랜드를 선택할까요?”

조목조목 따져 구매를 결정하는 고객이 돼 나를 점검해 보라는 겁니다.  

최 대표는 “분명한 가치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광고인으로 일하던 시절, 그는 의류 브랜드 르베이지LEBEIGE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너무 알록달록하지도,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은 정장이었어요.

클라이언트를 만나거나 발표자로 설 때 적합했죠. 가격은 비싼 편이었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말짱하게 잘 입는 옷이라고 합니다. 이 브랜드는 최 대표가 즐겨 선택할 가치를 분명히 제공한 거죠. 

최 대표는 프로젝트를 새로 맡을 때면 이런 질문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미 세상에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이 있다. 고객이 우리를 택해야 하는 이유는 뭐지?”. 

“나를 브랜드로 바라본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이런 질문을 던져 보세요. ‘팀장과 동료, 선후배와 고객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과연 나와 함께하고 싶을까? 나에게 일을 맡기고 싶을까? 함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기대할까?’ 그분들이 다 고객이니까요. 내가 선택될 만한 이유를 생각해 적어보세요. 그게 바로 여러분이 하나의 브랜드로서 제공하는 가치가 될 겁니다.”

한 가지 더. 나를 브랜딩하는 것을 ‘부캐’ 키우기로 혼동해선 안 됩니다. 최인아책방 북토크에 저자로 부른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절대적으로 본캐 중심으로 해야한다”고 말이죠.
*삼성전자, 네이버에서 마케터로 활동 후 29CM, 스타일쉐어 등의 브랜딩을 맡은 디렉터. 현재 아이웨어 브랜드 ‘라운즈’ 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 자신을 브랜딩하려면 마땅히 일로써 승부를 봐야 합니다. 브랜딩이란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존중을 얻어내는 것이에요. 일을 잘하지 않고서는 일터에서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는 것도 어렵습니다. 자신의 본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제안합니다.”


브랜드보이 :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은 취향을 아는 것부터


많은 사람들이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채널로 유튜브를 선택합니다. 퍼스널 브랜드로서 유튜브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브랜드보이, 안성은 작가는 광고회사 출신입니다. TBWA KOREA, 이노션 월드와이드 등을 거쳤죠. 현대카드, 토스에서도 일했습니다. 지금은 전업으로, 브랜드보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입니다. 올해 동명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도 시작했습니다.

전업 유튜버의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의 브랜드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은 거의 다 봤습니다. 그리고 왜 콘텐츠가 지루한지, 영양가가 낮은지 분석했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영상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1년 3개월 동안,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어요. 구독자 수는 1만명대에 머물렀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아내에게 딱 2년만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제 아내는 전업 주부였는데, 제가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취업을 했습니다. 아내는 제게 120년 동안 방주를 만든 노아 이야기를 했어요. ‘나는 당신이 노아처럼 버티면 좋겠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해볼게’라고 말했죠. 조급해하지 말고, 노아처럼 계속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브랜드보이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건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찾는 거였습니다. 

“핫하고 팔리는 브랜드이면서, 멋도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어요. 멋이라는 건, 또 두 가지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해야 돼요. 우선 파타고니아 같이 사명이 있고, 존재하는 이유가 뚜렷해야 합니다. 혹은 소비자에게 문화 그 자체, 즉 놀 수 있는 놀이공원을 만들어줘야 해요. 젠틀몬스터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정성’. 머리로 사명을 갖고, 놀이동산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행하는 건 차이가 있으니까요.

기획부터 제작까지 영상 한 개 만드는데 온전히 3주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안 작가 혼자 진행합니다. 편집자를 구하려 한 적도 있어요. 과도한 업무 탓에 한 번 시도해보고 도망간 편집자가 많았습니다. 고단했지만 영상을 계속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어느새, 구독자는 12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모든 과정을 컨트롤 하는 자유는, 직장에서는 누릴 수 없잖아요. 지금은 주 7일을 일할 정도로 바쁘지만, 직장 다닐 때보다 100배는 행복한 것 같습니다.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제가 이 일을 좋아해서예요.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은, 일단 좋아하는 걸 콘텐츠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한테 꼭 맞는 미디어를 찾게 되더군요. 그 미디어에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다 보면, 언젠가는 터지는 시점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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