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 : 전통에 경영을 더해, 공예계의 유니클로를 노리다


롱블랙 프렌즈 L 

장인이 빚은 자기 그릇, 대장장이가 벼린 빵칼, 삼베로 짠 행주. 사람의 손길이 담긴 이런 공예품, 한 번쯤 사본 적 있지? 나는 그릇을 모아왔어. 플레이팅 욕심이 꽤 있거든.

그러다 접한 정보. 1716년부터 맥을 이어온 일본 공예 기업이 최근 한국에 팝업을 열었대. 이름은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中川政七商店

생활 잡화는 물론, 주방용품과 가방까지 일상에 필요한 도구를 팔아. 직접 만들거나, 들여오지. 일명 ‘공예품 편집숍’이야. 

300년 넘은 공예 가업의 제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어. 마침 상점의 오기노 타스쿠 부대표가 방한한다는 소식을 입수했지. 팝업이 열리는 서울 강남구의 윤현스테이지2에서 그를 만났어. 마주 앉자마자 그가 전한 첫 마디, 아주 인상적이었지. 

“저희 제품이 디자인이나 기능에서 특별한 점은 크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브랜드를 전하는 법에 특별함이 있다고 봐요.”
_오기노 타스쿠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 부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공예품인데, 디자인보다 브랜드를 강조한다? 예상 밖의 전략, 좀 더 파헤쳐 봤어! 


Chapter 1.
작아지는 공예품 ‘가업’ 사이 생존한 ‘기업’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이하 마사시치 상점)은 소박한 공예 ‘가업’이 아니라, 잘나가는 ‘기업’이었어. 2020년에 연 매출액 70억 엔(약 630억원)을 넘겼지. 지금도 해마다 매출은 10%씩 늘고 있대. 일본 전역에 운영하는 매장 수만 60개야. 

마사시치 상점에 주목할 이유가 또 있어. 공예 시장이 점점 작아지는 와중에 존재감을 키우고 있거든. 가성비 높은 공산품이 늘면서 일본 공예 시장의 규모는 30년 새 5분의 1 정도로 감소했어*. 마사시치 상점은 그 안에서 ‘기업’으로 생존하고 있는 거야!
*1983년 5400억 엔(약 4조8435억원)에서 2014년 1000억 엔(약 8970억원)으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