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K
불교가 이렇게 힙했던 적이 있을까요? ‘스키 타는 부처님’이 그려진 티셔츠, ‘번뇌를 훔친다’는 수건, 솔로 남녀를 이어주는 ‘절 미팅’까지. 요새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다 품고 있죠.
종교는 믿음 없이 다가가기 어렵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 최근의 불교는 달라 보여요. 박람회를 열었을 땐 20만 명이 다녀갔고, 미팅을 연다고 하면 1000명씩 지원하고 있거든요.
이 기세, 하루아침에 나온 건 아니었어요. 20년 넘게 외지인을 재우고 먹이며 불교를 경험하게 한 노력이 있었거든요. 바로 2002년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시작한 ‘템플스테이’. 지난해에만 62만 명이 다녀갔다고 해요.
그냥 절에서 하루 쉬는 ‘숙박’ 아니냐고요? 아뇨, 제가 다녀와 보니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불교의 정신을 경험하는 ‘체험’에 가까웠죠. 두 달에 걸쳐 경기도 양주의 회암사, 경북 김천의 직지사, 서울 수유동에 있는 화계사까지 다녀왔던 기록을 지금부터 담아볼게요!
Chapter 1.
스님은 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자’고 했을까
오전 4시 30분. 제가 1박 2일로 머문 화계사에서 일어난 시간이에요. 새벽 예불禮佛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죠. 4월이었지만 산자락의 새벽 공기는 입김이 보일 정도로 차가웠어요. 실눈을 뜬 채, 법당에 뛰어들다시피 했죠.
안에 들어서자 세 부처님, 삼존불三尊佛이 보였어요. 그 가운데에는 가장 큰 석가모니불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죠. 부처님을 마주한 것도 잠시, 곧장 불경을 외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지심귀명례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새벽 예불을 이끄는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앉아서 목탁을 두드리고 있었어요. 조심스럽게 자리를 찾아 방석을 깔고, 예불 안내문에 쓰인 불경 구절을 소리 내 읽었습니다. 스님들이 절을 할 때는 눈치껏 절을 따라 올렸죠. 매번 타이밍은 반 박자씩 늦었지만요.
체험객들은 대부분 저처럼 어색한 모습이었습니다. 자세가 불편해 보이기도 했고, 졸음을 참는 얼굴도 슬쩍 보였죠. 30분의 예불이 끝나고 난 뒤, 저린 다리를 붙잡고 스님에게 물었어요. “이 시간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이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