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퀴드 데스 : ‘악마의 물’ 마케팅으로 생수업계를 뒤흔들다


롱블랙 프렌즈 C 

요즘 ESG 브랜드에 관심들 많죠! ESG 브랜드를 재미있게 푼 사례는 없을까 찾다가, 이걸 발견했어요. ‘리퀴드 데스Liquid Death’! 알루미늄 캔 생수 브랜드예요. 플라스틱보다 재활용이 쉬운 캔에 물을 담아 팔죠. 

그런데 무서운 이름에, 캔에 그려진 해골 모양까지 심상치가 않죠. 성장세도 심상치 않아요. 2019년 5월 론칭했는데, 4년 만에 기업가치가 무려 5억2500만달러(약 7086억원)! 2019년 300만달러(4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1년에 4500만달러(606억)까지 뛰죠.

물이 비싸냐고요? 473ml 12팩이 14달러예요. 생수 한 캔에 약 1250원. 평범하죠. 이뿐인가요. 타겟Target과 세븐일레븐, 입점 조건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홀푸드Whole Foods*까지. 미국 내 소매점 2만9000곳을 순식간에 섭렵했어요.
*아마존이 2017년 인수한 미국 슈퍼마켓으로 프리미엄 유기농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2022년엔 광고계 끝판왕인 미국 슈퍼볼에 30초간 등장하기까지 해요. 미국 MZ가 열광하는 악마의 생수. 대체 비결이 뭘까요?


Chapter 1.
시작 : 건강한 헤비메탈 마니아를 위한 생수 

리퀴드 데스 창업자 마이크 세사리오Mike Cessario는 헤비메탈 팬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필라델피아의 여러 밴드에서 연주를 하며 살았죠. 모든 건 그날, 시작됩니다. 마이크는 2008년 록 페스티벌 워프트투어Warped Tour를 보러 갔어요. 공연을 즐기던 중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죠. 

가수들이 에너지드링크를 연달아 마시는데, 알고 보니 물입니다. 캔을 비우고 그 안에 물을 몰래 따라서 마시고 있던 거죠. 콘서트의 스폰서는 에너지드링크 회사. 제약이 있었겠죠. 갈증을 참을 수 없었던 가수들이 꼼수를 쓴 겁니다.

그 순간 마이크는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록밴드가 공연할 때 마실 수 있는 물을 만들자’ ‘물 마시는 행위 자체를 힙하게 만들자’ 그 간절함은 10년 만에 리퀴드 데스의 탄생으로 이어졌죠.

수원지는 알프스 산맥. 캔맥주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에 알프스 청정수라니 상상하기 어렵죠. 

스트레이트 엣지를 공략하다

하지만 세사리오는 좁지만 확실한 타깃이 있다고 봤어요. 바로 스트레이트 엣지straight edge를 추구하는 헤비메탈 팬들이었죠. 스트레이트 엣지는 술, 담배, 약물을 삼가는 하드코어 펑크의 하위문화를 말해요. 펑크 록 마니아들은 어쩐지 알콜과 마약에 중독됐을 것 같다는 편견과 전혀 다른 라이프스타일이죠. 

세사리오 본인이 스트레이트 엣지였어요. 공연장에서도 술이나 에너지드링크보다 물 마시기를 즐겨했죠. 다름아닌 건강을 위해서요. 자신 같은 스트레이트 엣지를 위한 캔 생수가 있다면 분명 잘 팔릴 것이라 생각했죠. 

“아마 (팝가수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공연장보다 헤비메탈 공연장에 채식주의자가 더 많을 걸요. 이른바 스트레이트 엣지들이죠. 하지만 헬스 푸드 산업을 한번 보세요. 오직 한 가지 톤으로 마케팅 하고 있죠. 요가나 피트니스를 하는, (내가 생각하기에) 클리셰cliche 고객을 생각하고, 그런 모델을 보여주며 마케팅 해요. 난 이게 말이 안 된다that’s kind of bullshit고 생각했어요."
_마이크 세사리오, 2022년 컨설팅 회사 FINIEN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창업자 마이크 세사리오는, 헤비메탈 팬이다. 록밴드들이 공연할 때 힙하게 마실 수 있는 물을 만들자는 게, 리퀴드 데스의 시작이다. ⓒ리퀴드데스

Chapter 2.
마케팅도 일단 슈퍼팬부터 공략하다 

리퀴드 데스는 마케팅 할 때도 스트레이트 엣지를 공략했어요. 확실한 팬층부터 만든다는 전략이었죠. 초반 마케팅과 홍보는 철저히 헤비메탈 마니아의 감성에 맞췄습니다. 

“리퀴드 데스는 모든 결정을 내릴 때 단 하나의 필터를 적용합니다. ‘슬레이어(미국 4인조 헤비메탈밴드)가 좋아할까?’ 청중이 소수라고 해서 소수만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니란 거죠. 소소한 어필이지만, 실로 어마어마한 후광 효과를 가져옵니다.”
_마이크 세사리오, 2022년 FINIEN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예를 들어 ‘영혼을 팔라Sell your soul’는 독특한 캠페인. 영혼을 파는 계약에 무려 20만명이 서명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저도 궁금해서 사이트 찾아갔다가 덜컥 영혼을 팔고 왔어요.

영혼 계약은, 쉽게 말해 멤버십 가입이에요. 영혼을 팔지 않고 가입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그 가격만 12만 5000달러(약 1억5천만원)입니다. 대신 영혼을 팔면 공짜예요. 게다가 굿즈 티셔츠도 줍니다. 회원 가입에 유머를 넣은 거예요. 아이디랑 비밀번호를 만들면 사이트 가입이 완료되는 요즘 세상에, 한 끗 차이로 평범함에서 벗어나죠.



Chapter 3.
헬스산업에 없던 위트로, 대중을 공략하다 

슈퍼팬을 확보한 리퀴드 데스의 다음 스텝은 위트 마케팅. 세사리오가 헬스 산업에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재미를 강조한 콘텐츠로, 대중에게 다가선 거예요.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고 싶어요. 우리가 페이스북에 뭐 하나를 올려도 그걸 보고 사람들이 웃었으면 좋겠거든요. 단순히 ‘이거 사세요’라는 메시지가 아닌 거죠. 그걸 실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엔터테인먼트예요. 사람들이 그날 하루 본 것 가운데 가장 웃긴 것. 그게 우리가 만들어내야 하는 거예요.”
_마이크 세사리오, 2022년 FINIEN 인터뷰에서

① 대화거리가 돼라 

2019년 5월 업로드 된 리퀴드 데스 애니메이션 유튜브 콘텐츠를 볼까요. 처음엔 아무도 생수 광고라는 걸 눈치채지 못해요. 리퀴드 데스를 마신 사람이 만족스러워합니다. 어디선가 근육질 남성이 나타나요. 리퀴드 데스를 마신 사람은 곧바로 처단당합니다. 사라지죠. 무슨 뜻일까요?

 “얘야, 네 갈증을 없애버려Hey Kids, Murder Your Thirst” 

처단당해 사라진 사람은 사라진 갈증을 의미합니다. 이 광고는 유튜브에 공개한 지 한 달 만에 조회수 15만을 기록했어요. 리퀴드 데스가 본격 알려지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이걸 보고, ‘그게 뭐야? 물이야? 그게 무슨 물이야’라고 하겠죠. 대화가 시작되는 겁니다. 그렇게 흥미를 느끼는 거예요.”
_마이크 세사리오, 2022년 FINIEN 인터뷰에서

리퀴드 데스는 사람들이 어떤 포인트에 흥미를 느끼는지 정확하게 파악해냅니다. 맑고 깨끗한 이미지. 사람들이 가질 법한 생수 광고의 틀을 완벽하게 깨버리죠. 광고를 본 사람은 옆에 있는 친구에게 묻습니다. “이거 봤어?” 친구가 되묻습니다. “아니? 맥주네” “엥? 물이야?” 이어지는 대화로 마케팅은 이미 시작된 셈이죠.

마이크가 인터뷰에 응할 때마다 반복하는 말이 있습니다. 리퀴드 데스는 생수브랜드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 그들의 라이벌은 유튜브 인플루언서와 영화 예고편이라는 거죠. 

애니메이션 광고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철학처럼 엔터테인먼트와 브랜드 홍보의 경계를 완전히 없앴어요. 사람들이 보고 웃을 만한 것, 그날 하루 대화의 주제로 자연스럽게 입에 올릴 만한 것을 공략해요.

리퀴드 데스는 사람들의 대화거리가 되기를 자처한다. 맑고 깨끗한, 사람들이 가지는 생수 광고의 틀을 완벽하게 깨,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도록 한다. ⓒ리퀴드데스

② 색다른 재미를 줘라

2021년 리퀴드 데스 생수가 넷플릭스 시리즈에 등장합니다. 건강 관련 콘텐츠가 아닌 좀비물 드라마 「아미 오브 더 데드Army of the dead」였어요.

생수와 좀비의 콜라보라니.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조합이죠. 좀비가 생수를 마시냐고요? 아니에요. 영상 속 리퀴드 데스는 일종의 무기로 등장해요. 주민들이 리퀴드 데스 캔을 마치 헬멧처럼 머리에 빙 둘러 착용하고 좀비를 무찌르는 식이에요. 좀비도, 주민들도, 물 한 방울 먹지 않는데 그 존재감만큼은 엄청났죠.

이 PPL 마케팅의 매력은 색다름에 있었어요. 리퀴드 데스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파격적인 시도를 한 걸까요? 이유는 간단했어요. ‘「워킹데드」는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쇼’잖아요.

“‘우리 타깃이 여성 고객이니, 좀비 캠페인을 하자’고 말하는 헬스 브랜드를 본 적이 없었어요.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 중 하나가 좀비물인데도 말이죠. 대형 브랜드들은 여전히 1960년대 사고방식으로 마케팅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리퀴드 데스의 마케팅 필터는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브랜딩 콘텐츠를 만들 때는 거의 재밌는 TV 쇼 콘텐츠를 만든다고 생각하죠. 왜냐면, 사람들이 SNS 피드에 무언가를 올릴 때 우리는 타사 물 광고 뿐 아니라 영화 예고편, 유튜버 콘텐츠와도 경쟁해야 하니까요.”
_마이크 세사리오, 2022년 FINIEN 인터뷰에서 



Chaptet 4.
업계에서 본 적 없는 존재가 돼라  

생수업계는 신생 브랜드가 딱히 두각을 나타내기 힘든 시장이에요. 맛이나 디자인 면에서 남다른 인상을 주기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리퀴드 데스는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업계에서 본 적 없는 존재로 스스로를 브랜딩 해냈거든요. 예를 들면 광고 모델로 포르노 배우를 캐스팅한 거였죠.

“맥주, 에너지드링크, 정크푸드. 건강에 해로운 브랜드는 늘 재밌는 마케팅을 만들죠.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브랜드는 늘 좁은 타겟과 지루한 방식으로 마케팅 해왔습니다. 저는 그런 흐름에 지친 셈이에요. 왜 그래야 하지?”
_마이크 세사리오, 2021년 horror fuel 인터뷰에서

흔히 웰빙음식 광고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죠. 깔끔한 부엌. 꽃무늬 앞치마.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 자녀를 부르는 따뜻한 목소리.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도 딱 그런 모습이에요. 그녀의 이름은 체리 드빌Cherie DeVilli. 미국에서 ‘새엄마 시리즈’로 유명한 포르노 배우입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체리 드빌도 (새)엄마 컨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