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무네아키 : 개인의 시대, 기획자는 자유로워져야 한다


롱블랙 프렌즈 B 

한동안 가지 못했지만, 도쿄에 가면 이곳에 오래 앉아있곤 했습니다.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티사이트T-SITE. 책 한 권을 신중하게 고르고,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합니다. 서점 앞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자면,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누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을까. 츠타야 서점을 세운 마스다 무네아키 CCC(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 대표의 책을 사 읽기 시작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을 팔다』『지적자본론』『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특히 2015년 나온 『지적자본론』을 저는 열 번도 넘게 읽었습니다.

한동안 그의 목소리를 들을 길이 없었습니다. 새 저서도, 인터뷰도 없었거든요. 그런 그가 한국을 찾습니다. 10월 25~2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하는 「2022 스타트업콘」에서 기조 연설을 합니다.

방한을 앞둔 마스다 무네아키 대표를, 롱블랙이 화상으로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마스다 무네아키 CCC 창업자 겸 대표

14일 오전. 인터뷰 약속 시간을 10분 앞두고 그가 모니터에 불쑥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백발에 구릿빛 피부, 두터운 눈썹산의 강인한 인상. 그러나 표정엔 ‘내가 벌써 올 줄 몰랐지’ 하는 장난기가 어려 있더군요.

일본 전역에 1000여곳 츠타야TSUTAYA 매장을 운영하는 CCC 그룹의 창립자. CCC의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 T포인트를 사용하는 일본인은 약 7000만명. 일본 인구의 절반에 달해요.

일본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구루guru라 불리는 그는, 인터뷰 내내 소년같이 웃고 자주 농담을 건넸습니다. 새로운 시대 변화를 읽었고, 츠타야 다음의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할 땐 눈이 청년처럼 빛났습니다.


Chapter 1.
츠타야의 출발 : ‘나다운 삶’을 꿈꾸는 이들이 는다

100만엔. 한국 돈으로 약 953만원. 1983년 츠타야를 세울 때 마스다 대표가 쥐고 있던 돈입니다. 그도 한때 직장인이었습니다. 10년 동안 유통 회사에서 일했죠. 맨손에 가까운 창업. 그는 확신이 있었을까요.

“반대예요. 나는 늘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츠타야 1호점을 만들 때 제가 쓴 기획서가 아직도 남아 있거든요. 거기 항목이 세 가지예요. 첫째는 ‘시대가 이렇게 바뀌고 있다’, 둘째는 ‘돈은 이렇게 벌겠다’. 세 번째는 ‘실패하면 이렇게 철수한다’. 

그런데 세 번째 항목이 가장 분량이 많아요. 실패하면 이 돈으로 가게를 정리한다, 주변에 신세 지지 않는다, 하고 촘촘히 계획을 세웠어요.”

두려움 속에서도 창업을 밀어붙인 것. 바로 첫번째 항목 때문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믿음. 1980년대 중반. 일본 역사 최고의 호황기. 그 속에서 그는 ‘곧 모두가 나다운 삶을 꿈꾸게 된다’고 내다봤습니다.

“일본에 물질이 풍부해졌어요. 매슬로의 욕구 이론*을 아시죠. 사람은 배가 부르다고 느끼면 자아 실현을 하고 싶어해요. ‘나다운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 거라고 생각했어요.”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5단계론. 인간의 욕구는 위계가 있어서, 일단 생존과 안전에 대한 욕구가 해소돼야 사랑과 존중, 자아실현의 욕구가 발현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왜 서점이었을까요. 그는 왜 ‘나다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서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요.

“나다운 것이 뭔지, 대부분의 사람은 모릅니다. 옷 가게가 있으면 여러 옷을 둘러보면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도 그런 거였어요. 다양한 삶의 방식을 늘어놓고, ‘이런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겠느냐’고 보여주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지금은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정확히 이런 뜻이군요. 츠타야는 평범한 서점이 아니었습니다.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주고 레코드판과 책을 함께 팔았습니다. 우리는 영화와 소설의 주인공에게서 삶의 자세, 지향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찾곤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