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 :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마음을 움직이는 게 전시다


롱블랙 프렌즈 K 

머리가 복잡할 때면 전시장에 갑니다. 갤러리, 박물관 가리지 않아요. 발길 닿는 대로 둘러보고 나오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집니다.

그중 애정하는 공간이 있어요. 서울 회현동에 있는 피크닉piknic. 눈으로만 전시를 보게 하지 않는 게 흥미롭습니다. 명상을 다룬 전시에서는 맨발로 흙길을 걸었어요. 사진가 사울 레이터Saul Leiter 전시에서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해, 주인공이 곁에서 말하는 느낌도 받았죠.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피크닉의 주말 전시는 매진되곤 했습니다. 지금은 8만여 명이 이곳의 SNS를 주목하죠. 제약사가 쓰던 붉은 타일 건물은 어떻게 문화공간이 됐을까요. 피크닉을 열고 운영하는 전시기획자 김범상 글린트GLINT 대표를 김민주 울프하우스WOLF HOUSE 대표와 만났습니다.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자인 김민주 대표는 자연을 주제로 한 책 『사로잡는 얼굴들』, 『생명의 정원』 등을 번역했습니다.


김민주 울프하우스 대표

피크닉은 2018년 문을 열었습니다. 일곱 번의 자체 전시를 선보였어요. 김범상 대표는 작곡가와 산업 디자이너, 무대 미술가인 ‘사람’을 소개했고, 명상과 여행 같은 ‘주제’까지 다뤘습니다. 특유의, 몰입하게 만드는 전시 구성으로 주목받았죠. 

롱블랙과 함께 피크닉 건물 1층 카페를 찾았습니다. 먼저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들려왔어요. 김 대표의 선곡이었습니다. 콘크리트가 노출된 투박한 천장, 무심한 디자인의 긴 나무 테이블. 그 위에 화려하게 빛을 반사하는 유리 샹들리에 열세 개가 매달려있습니다. 이 대조적인 풍경에 시선을 던지며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Chapter 1.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마음을 움직이는 게 전시다

좋은 전시란 뭘까요. 김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부석사에 간다고 해보죠. 먼저 은행나무가 줄지어 선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일주문을 지나 안양루 밑을 지나면, 산 아래 무량수전이 펼쳐집니다. 마지막으로 절 안에 들어가, 부처님을 마주한다면 어떨까요. 짧은 감탄이 절로 나와요.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 마지막 작은 자극에 마음이 움직인 거죠. 저는 이게 전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