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맥노튼 : 뉴욕타임즈 그래픽 저널리스트가, 낯선 이를 그리며 배운 것들



롱블랙 프렌즈 B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 들 때면 키보드에서 잠시 손을 뗍니다. 손에 펜을 쥐고 종이 위에 의미 없는 낙서를 시작해요. 옆 동료 얼굴을 그려봤다가, 책상 위 컵이나 핸드크림도 그려봐요. 그렇게 손을 움직이다 보면 기분도, 머리도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누구나 그림을 그렸어요. 혼자 심심할 때, 친구와 놀 때, 어른들에게 무언가 자랑하고 싶을 때, 아주 본능적으로 말이죠. 어느새 잊어버린 ‘그림의 효능’을 다시 일깨우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뉴욕타임즈의 그래픽 저널리스트 웬디 맥노튼Wendy MacNaughton이에요. 최근 웬디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임 모니카 스피커가 함께 했어요.



임 모니카 노션 컨설턴트

제가 처음 본 웬디의 그림은 뉴욕타임즈 맨 뒷장에 실린 비주얼 칼럼이었어요. 2010년부터 ‘Meanwhile’이란 이름으로 연재돼 오고 있어요. 웬디가 만난 인물의 일러스트와 함께 손글씨 문장으로 쓴 짧은 인터뷰가 담겨요.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예요. 3대째 인쇄소를 운영하는 65세의 제임스 랭씨, 양봉업자 흑인 여성, 거리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청년… 웬디가 사는 샌프란시스코의 동네 사람들이에요. 웬디가 표현하길 “간과됐으나(Overlooked), 충분히 관심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죠. 

저는 얼마 전부터 웬디가 시작한 GUT(Grown Ups Table)이란 미술 커뮤니티에 합류했어요. 다시 어린아이가 된 양, 그림을 그리고 있죠. 웬디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대화하다 보면 제 영혼이 치유되는 기분이 듭니다. 사람, 그리고 삶을 향한 그의 깊은 애정이 느껴지거든요. 

오늘은 그 대화에, 롱블랙 피플을 초대할게요.  

Chapter 1.
꿈꿨던 일을 하고 있나요?

‘그래픽 저널리스트’의 일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외국에서도 흔한 직업은 아니거든요. 웬디의 작품을 예로 들면, 그림을 곁들인 취재 수첩을 펼쳐 보는 것 같다고 할까요?

웬디는 다섯 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당연하다는 듯 미대에 진학했죠. 당시 유행하던 개념미술Conceptual Art*을 접했지만, 오히려 미술에 흥미를 잃고 맙니다.
*생각이나 관념을 중시하는 현대미술의 한 양식.

대신 광고업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영향력 있는 창작물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말이죠. 유명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지만, 역시 기대와 달랐다고 해요. 

“입사한 지 48시간 만에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탁구 게임을 하는데, 나 혼자 검은색 외투를 입고 극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것만 같았죠. 그래도 꽤 오랫동안 일했어요. 너무 불행해 보여 사람들이 ‘대체 뭐가 문제냐?’라고 물을 때까지.” 

그러던 어느 날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고, 웬디는 이를 놓치지 않았어요. 2001년 르완다에서 30년 만에 열린 지방 선거의 포스터를 제작하고, 투표 독려 캠페인을 기획하는 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