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 : 버려진 비누와 백자 사진, 무인양품과 대영박물관을 사로잡다


롱블랙 프렌즈 B 

가장자리가 투명한 결정結晶들이 가로 4개, 세로 5개씩 도열해 있어요. 보라색, 노란색, 상아색, 에메랄드색, 소라색, 주홍색… 보석 같기도, 아이스크림 같기도 합니다.

닳은 비누 조각들을 찍은 사진이에요. 새삼 ‘비누가 이렇게 아름답구나’ 싶어요. 작품의 이름은 ‘일상의 보석Everyday Treasures’. 이 비누 사진을 묶어낸 책 『비누-일상의 보석』은 현재 일본 무인양품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비누는 얼굴 없는 노동자와 같다”는 작가의 생각까지 알고 나니, 비누 조각이 왠지 애틋해 보여요.

이 사진을 찍은 이는, 구본창 사진작가입니다. 벽의 모서리,  눈밭, 백자… 구 작가는 평범한 피사체로 마음을 두드려요.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날, 윤경혜 대표와 함께 분당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어요.


윤경혜 눈이부시게 대표

1980년대 중반, 국내 사진작가들은 ‘기록의 미학’에 충실했어요. 탑골공원이나 뒷골목 등을 담아내곤 했죠.

그 가운데서, 구본창은 추상화 같은 작품세계를 보여주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어요. ‘외국 유행을 따른 데 급급하다’는 비판도 따랐죠. 하지만 구본창이 한국에 사진을 현대예술의 한 장르로 정착시킨 대표 예술가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는 일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현역입니다. 1983년부터 지금까지 80회 넘게 개인전을 열었어요. 동료 작가들과 함께한 그룹 전시는 130여 회에 달합니다. 사진작가로는 이례적인 숫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