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피아노 :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오늘을 찬미하며 써 내려간 메모


롱블랙 프렌즈 B  

헤어질 시간이 왔습니다. 한 해를 떠나보내는 시간, 우리는 크고 작은 이별도 하게 됩니다. 학기가 끝나고, 부서가 바뀌는 시기이니까요. 묵은해를 넘기기 전에 끊어내기로 했지만, ‘시원섭섭하다’는 말로 넘어가기엔 쓰라린 결별도 있겠지요.

헤어지는 건 어렵습니다.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고 하고 싶은 악연조차, 막상 스스로 놓으려면 쉽지 않지요. 이리저리 얽힌 그 시간 속의 나 자신과 헤어지는 일이기 때문일까요.

이별하는 법은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아침의 피아노』 속에서 잘 헤어지는 법을 찾았습니다.


Chapter 1.
죽음의 문턱 앞에서 펜을 잡다

김진영이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독일 철학자 테오도르 비젠그룬트 아도르노Theodor Wiesengrund Adorno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비판이론,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구조주의를 연구한 철학자입니다.

듣기만 해도 딱딱한 이론가 같지만, 그는 대학 강단에만 머무르지는 않았습니다. 신문 칼럼을 쓰고, 소설과 사진과 음악을 철학과 미학으로 풀어내고, 철학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갔지요.

2018년부터는 해마다 새 책이 나올 만큼,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그는 바로 그 2018년에 세상을 떠났거든요. 세상을 떠난 뒤에야 계속 신간이 나오다니요.

그가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계기가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遺稿集)인 『아침의 피아노』 입니다. 이청아 배우가 오디오북을 녹음하고, 곳곳에서 이 책의 낭독회가 열렸지요. 뒤늦게 ‘철학자 김진영’을 알게 된 독자를 위해, 생전에 남긴 일기나 강의록 등을 엮은 책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