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L
혹시 PPT 때문에 고통받는 롱블랙 피플 있어? 그럼 오늘 노트를 더 주목해도 좋아. 클릭 몇 번으로 발표 자료를 만드는 서비스를 다룰 거거든.
주인공은 감마Gamma. 2023년에 출시된 AI 서비스야. 핵심은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제작을 대신하는 것.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AI 디자인 파트너’라고 소개하고 있어.
성과는 어느 정도냐고?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5000만 유저를 확보했어. 2025년 기준, 이들이 밝힌 연간 반복 수익*은 5000만 달러(약 699억원)가 넘지.
*Annual Recurring Revenue(ARR). 구독 기반 서비스가 1년간 얻을 수 있는 예상 매출을 뜻한다. 월 구독료에 12개월을 곱해 계산한다.
흥미로운 건, 감마를 운영하는 직원들의 숫자야. 창업자를 포함해 총 40명. 이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잖아? 감마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그랜트 리Grant Lee와 화상으로 만났어.

그랜트 리 감마 공동창업자 겸 CEO
줌 화면 너머로 나타난 그랜트 리. 단정하게 올린 짧은 머리와 큰 눈망울이 인상적이었어.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인터뷰 내내 질문을 차분히 듣고, 논리정연하게 답했지. 마치 프레젠테이션 하듯 말야.
그는 “창업할 때부터 작고 기민한 팀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어. 회사가 필요한 결정을 빠르게 내리면서 변화하려면, ‘초소형 팀’을 갖춰야 했다는 뜻이었어.
그의 철학에 따라 감마도 변화를 거쳐왔어. 1년간 만든 제품을 뒤엎고, 새로운 제품을 만든 시기도 있었지. 그랜트는 팀원들과 어떤 여정을 거친 걸까? 그가 내린 결정에서 배울 점들을 하나씩 짚어봤어.
Chapter 1.
‘PPT 늪’에 빠져있던 컨설턴트, 탈출구를 찾다
감마는 PPT로 괴로웠던 그랜트 리의 고민에서 시작됐어. 경영 컨설턴트, 사내 재무·전략 담당자로 일하면서 수없이 PPT를 만들어야 했거든. PwC와 일본 시세이도Shiseido, 옵티마이즐리Optimizely 등을 거치는 동안 ‘PPT 도사’가 될 수준이었대.
원래 이런 일을 하고 싶었냐고? 그렇지 않아. 그랜트는 스탠포드대에서 기계공학(학사)과 생체기계공학(석사)을 연이어 공부했어. 의료기기를 만들어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해.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해 기계공학에 입문했어요. 하지만 석사 과정 때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이 일이 생각보다 더 외롭다는 것. 늦게까지 혼자 일할 때가 많았고, 동료를 만나는 일도 적었어요.
다른 방식으로 ‘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때 떠오른 게 사업이었어요. 먼저 이 세계를 이해하고, 언젠가는 사업에 뛰어들어 보자는 마음이었죠.”
그 길로 그랜트는 컨설팅 업계에 뛰어들었어. PPT와의 연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였지. ‘만들기’에 재능이 있었던 만큼, 발표 자료를 만드는 실력도 금방 올라왔어. 그에겐 이런 제작 원칙이 있었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시각적 위계Visual hierarchy’를 세우는 것이었어요. 자료를 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가게 하기 위해서였죠.
저는 슬라이드 제목에 늘 ‘핵심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다른 이들은 ‘문제’나 ‘시장 기회’처럼, 포괄적인 단어를 넣어 둔 자리에 말이죠. 그 위치에 제목만 읽어도 이해될 수 있는 내용을 썼어요.”
이렇게 PPT를 만들다 보니 사람들이 묻기 시작했어. ‘어떻게 하면 PPT를 잘 만드냐’고 물어봤지. 그때 그랜트는 뿌듯해하는 대신 이런 생각을 했어. ‘왜 PPT를 알려주는 선생님은 없을까?’
“미국에선 PPT를 ‘비즈니스의 언어’라 불러요. 그런데 학교는 물론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걸 교육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들 ‘레퍼런스를 참고하라’는 식이었죠.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소통 도구인데 이 작업을 돕는 존재는 없을까?’라고요. 지금의 감마를 떠올리기 전부터 누군가는 언젠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랜트가 ‘PPT 늪에서 나와야겠다’고 결심한 건 2020년. 팬데믹으로 원격 근무가 늘었을 때야. 얼굴 보고 말하면 되던 일이 비대면 회의로 바뀐 게 문제였대. 화면에 띄울 PPT를 더 만들어야 했던 거야.
그때 그랜트는 결심했어. ‘PPT 대신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이때 그는 전 직장 옵티마이즐리*에서 만난 두 개발자, 존 노로냐Jon Noronha와 제임스 폭스James Fox를 설득해 창업에 나섰어. 그게 감마의 시작이었지.
*A/B 테스트 솔루션을 만드는 기업. 그랜트 리는 CFO로서 회사의 재무, 회계, 전략 등을 총괄했다.

Chapter 2.
글 쓰듯 만드는 PPT를 떠올리다
세 사람은 2020년 가을, 샌프란시스코의 투룸 아파트에 모여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어. 감마라는 이름*은 ‘창의성을 확장한다’는 뜻을 담아 지었대. 이들이 이름을 짤 때 집중한 건 ‘직관성’이었지.
*마블의 캐릭터인 ‘헐크’가 감마선을 맞아 힘이 세졌다는 스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PPT 도사의 창업, 순항했을까? 아니. 첫 제품을 공개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어. 팬데믹이 절정일 때 개발하느라 아파트를 사무실 삼아 일해야 했지.
“아파트이자 사무실이었던 곳에 대형 공기 청정기를 두고, 각자 침실과 거실 구석에 앉아 일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스타트업 초창기에는 대면 협업이 필수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1년 넘게 머리를 맞대며 일했습니다.”
이들이 시간을 오래 쓴 이유는 또 있었어. 당시엔 없던 개념을 제안하려고 했거든. 무슨 말이냐고?
당시 이들이 세운 슬로건은 ‘문서 쓰듯 작성해서, 슬라이드처럼 발표하라Write like a doc, present like a deck’. 즉, 문장만 쓰면 슬라이드가 완성되는 서비스를 꿈꿨지.
“당시 PPT 도구는 디자인 중심적이었습니다. 이미지와 글을 배치하고, 크기를 조절하며 빈 공간을 채워야 했죠. 모두가 디자이너가 돼야 했습니다.
우리는 유저가 내용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앞서 주목받은 노션Notion*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들이 협업 방식을 바꾼 것처럼, 우리도 발표 자료 만드는 방식을 바꾸고 싶었죠.”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들어진 생산성 도구. 문서 작성과 데이터와 프로젝트 관리 등을 한 페이지에서 할 수 있도록 설계돼 ‘협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랜트는 이 개념을 ‘라이팅 퍼스트Writing First’라고 불렀어. 어떤 내용을 넣을지 문장으로 쓰기만 하면, 발표 디자인은 감마가 알아서 해주겠다는 뜻이었지.
또 하나, 그랜트는 감마를 ‘새로운 매체New Medium’로 만들려 했어. 이를 위해 슬라이드 대신 ‘카드’라는 개념을 내세웠지. 예를 들어 PPT의 규격은 16:9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한 거야.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마트폰 등에 따라 카드의 형식을 바꿀 수 있게 설계했어.
“수십 년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 집중했어요. PPT는 40년 전, 워드Word는 그보다 더 전에 나왔죠. 하지만 지금 콘텐츠는 여러 기기에서 공유됩니다. 모바일과도 어울리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이 의도를 담아 세 사람은 2022년 8월, 감마의 첫 버전을 내놓는 데 성공했어. 첫 무대는 ‘소프트웨어계의 빌보드 차트’로 불리는 프로덕트 헌트Product Hunt. 새로운 서비스를 찾는 이들이 모인 플랫폼이었지.
당시 감마의 성적은? 일일, 주간, 월간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어. 처음부터 대박이 난 셈이었지.

Chapter 3.
‘마법의 1분’을 위해, 6만 유저 서비스를 갈아엎다
감마는 첫 버전 런칭 6개월도 안 돼 유저 6만 명을 확보했어. 한 달에 1만 명씩 들어온 셈이었지.
괜찮은 성과잖아? 하지만 그랜트의 생각은 달랐어. 처음 3~4개월은 폭발적으로 가입자가 늘었지만, 이내 평행선을 그리기 시작했던 거야.
“가입자 추이가 평평하게 유지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친구들에게 제품을 충분히 소개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즉, ‘자연스러운 입소문Organic Virality’이 사라졌다는 뜻이었죠.”
이 생각과 함께 그랜트는 오픈AIOpen AI의 창업자 샘 올트먼Sam Altman이 한 말을 떠올렸대.
“사람들이 친구에게 소문낼 정도로 훌륭한 제품을 만들었다면, 성공의 80%는 이미 이룬 것이다.”
_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 2018년 와이콤비네이터 ‘Startup school’ 강연에서
그랜트는 감마의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봤어. 편리한 서비스는 맞지만, 친구에게 소문낼 정도는 아니라고 봤대. 여기서 더 나아가 ‘당장 추천할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
2022년 겨울, 그랜트는 첫 버전을 갈아엎는 ‘매드 스프린트Mad Sprint’에 나서기로 결심했어. 서비스를 새로 만드는 마음으로 집중 개발하는 기간이었지. 당시 그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대.
“당장 추천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을 돌아봤습니다. 유저들이 처음 제품을 접하는 순간이 가장 중요해 보였어요. 1분 안에 탄성이 나오는 ‘마법 같은 경험’을 주고 싶었습니다. 매드 스프린트의 최우선 순위는 ‘첫 1분’에 있었죠.”
이를 위해 그랜트가 집중한 건? ‘AI 기능’이었어. 유저가 문장을 한 줄만 써도 그에 맞춰 발표 자료를 만들 수 있게 했지. 초기 버전에선 유저가 쓴 문장들을 보기 좋은 자료로 만들었다면, 새 버전에선 내용조차 쓸 필요 없게 한 거야.

유저의 막막함마저 없앨 때, 탄성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볼까? 감마에 접속해서 ‘새로 만들기 AI’ 버튼을 눌렀어. 들어가니 어떻게 시작할지 묻는 페이지가 나왔어. 세 가지 제안 중 ‘생성’을 누르니, 발표 자료 구성을 정하는 페이지가 나오더라? 내가 원하는 명령을 쓰는 칸과 함께 몇 장을 만들지, 언어는 뭘로 할지 고를 수 있었지.
여기서 중요한 건, 감마가 명령문을 추천해 줬다는 거야. 뭘 만들지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였지. 페이지 하단에 6가지 명령문이 보였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일 하이킹’, ‘영화 속 스토리텔링 기술 분석’ 등이 있었지. 그중 하나를 고른 다음, ‘개요 생성’을 눌렀어.

10초 만에 10페이지짜리 목차가 나왔어. 각 장의 제목과 내용도 담겨 있었어. 다음으로 할 일은 내용을 고치거나, 디자인 테마와 이미지 유형을 고르는 거였어.
이제 마지막 단계. 발표 자료를 만들라고 하니 새 화면이 떴어. 빈 페이지를 AI가 채우기 시작했지. 텍스트와 그래픽을 섞으면서 카드 10장을 완성했어.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 안팎이었고.

그랜트와 감마 팀은 AI 기능을 넣는데 두 달을 매달렸어. 그리고 2023년 3월, 그랜트는 자신의 SNS를 통해 감마의 재출시를 알렸지. 감마 새 버전으로 발표 자료 만드는 영상과 함께.
반응은 폭발적이었어. 그의 엑스(구 트위터) 글은 조회수 90만 회를 돌파했고, 링크드인에선 5000명이 넘게 좋아요를 눌렀어. SNS에서만 인기였던 건 아냐. 이용자도 급증했지. 하루에 수천~수만 명씩 신규 유저가 왔대. 재출시 3개월 뒤 감마가 얻은 유저 수는 무려 300만 명이었어.
“감마가 만든 결과물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잖아요?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났어요. 고객과 동료들에게 감마로 만든 자료를 공유하면, 새로운 유저가 생기는 플라이휠Flywheel 구조였어요. 마치 산불처럼 서비스가 퍼졌습니다.”

Chapter 4.
소수의 ‘플레이어 코치’들이 AI 서비스에 필요하다
재런칭 2년 만에 감마는 5000만 명의 유저를 확보한 서비스가 됐어.
하지만 유저와 달리 직원 숫자는 그렇게 늘리지 않았어. 지금도 감마는 40명 수준의 직원만 두고 있지. 1인당 125만 명을 관리하는 셈이잖아? 왜 이렇게 작은 조직을 유지하는지 물었어.
“기민한 팀을 만들자는 생각이 강해진 계기가 있었어요. 12명 팀원들과 감마 재출시를 앞뒀을 때인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가 터졌습니다. 우리의 자금 대부분이 그곳에 있었죠. 런칭을 미뤄야 하나, 은행을 찾아다녀야 하나 싶을 만큼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예정대로 같은 달에 런칭을 했고, 자금 문제도 회복했습니다. 이때 얻은 건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자’는 마인드셋이었죠.”
물론 좋은 태도야. 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잖아? 그랜트에게 물었어. 어떻게 40명이 대규모 서비스를 관리할 수 있느냐고.
“한 사람이 하나의 일만 하지 않습니다. 미식축구의 ‘플레이어 코치Player Coach’ 개념으로 비유할 수 있어요. 속도가 빠른 스포츠에서 필요한 역할입니다. 감독이 경기장 밖에서 모든 플레이를 지시하면 늦기에, 필드 안에서 전략을 세우고 조정하는 선수가 있는 거죠.
저는 이 개념이 AI 스타트업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회사의 매니저들은 CEO에게 결정을 맡기지 않고, 각자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결정합니다.”
그랜트는 감마의 리더급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소개했어. 다들 실무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지. 가령 개발 리더는 팀원들을 챙기면서 직접 코딩을 하는 식이야. 디자이너라면 비주얼 관리는 물론, 코딩과 고객 리서치에도 나서고.
“저 같은 리더부터 매일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저는 마케팅 팀과 일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콘텐츠 제작을 효율화할지’ 고민합니다. 아이디어 발굴, 스크립트 작성, 이미지 제작 등을 자동화하려 하죠.
이렇게 리더가 새로운 걸 쓰고 알리면, 팀원들은 호기심을 가집니다. 그렇게 하면 회사를 트렌드의 최전선인 ‘블리딩 엣지Bleeding Edge*’에서 운영할 수 있게 되죠.”
*최첨단을 뜻하는 커팅 엣지Cutting Edge보다 한 발 더 앞선 단계를 뜻한다.
즉, ‘일당백’이 AI 회사에서 더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거야. 그래서 그랜트는 채용할 때도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역량이 있는지 살핀다고 했어. 자신의 전공 분야 외에 동료들과 어떻게 협업하는지, 팀 안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줄 수 있는지 등을 본다고 했지.
“저희는 뾰족한Spiky 강점 하나를 가진 제너럴리스트를 선호합니다. 예를 들면 UX 디자인에 강점을 가진 동시에 코딩도 할 줄 아는 이들이죠.
또 팀과 어떻게 융화하는지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채용할 때부터 3개월에 걸쳐 서로를 확인하죠. 그 덕에 지난 5년간 회사를 떠난 직원은 손에 꼽습니다.”

Chapter 5.
하나만 제대로 해내는 AI는 여전히 필요하다
감마의 성장 여정을 짚으면서 궁금해졌어. 지금이야 감마가 PPT AI로 주목받지만, 이 기술을 뛰어넘는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잖아?
챗GPT는 2025년 7월, ‘AI 에이전트’를 내놨어. 이때 사람들이 주목한 것 중 하나가 ‘PPT 제작’이었지. 유저가 명령을 구체적으로 내리지 않아도 발표 자료를 만드는 기능이었어.
그랜트에게 경쟁자의 발전이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어. 예상과 달리 그는 자신 있게 “우리는 다른 AI 도구와 또 다른 길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지.
“다른 AI 도구는 모든 걸 다 해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에 집중해요. 그중에서도 시각적인 다양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감마에서만큼은 상상 이상의 형식과 표, 이미지를 주려 하죠.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비교하면 이런 거야. 챗GPT로 PPT를 만들 때는 계속해서 ‘배경색을 바꿔줘, 이미지를 교체해 줘’라고 대화를 해야 해. 하지만 감마는 그 정도 구성은 AI가 알아서 고쳐주게끔 만들고 있단 거야. 내용만 고쳐도 충분한 발표 자료를 만들어주겠다는 거지.
그는 “한국인들의 발표 특징을 살린 비주얼도 개발 중”이라고 했어. 한국의 PPT를 연구해 보니, 한 장에 정보를 밀어 넣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야. 반면 이탈리아 같은 곳은 글씨 대신 아름다움이 강조된다고 설명했지. 그는 앞으로 이런 지역 특색에 맞춘 결과물을 감마가 제안할 것이라고 했어.

모든 AI를 다 섭렵할 필요는 없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그랜트는 예상 밖의 이야기를 꺼냈어. “그렇다고 감마를 모든 사람이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 필요하지 않은 AI 도구까지 억지로 배우지 말라는 뜻이었어.
그러면서 이렇게 조언했어. “지금 뜨는 AI 도구를 다 써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지 말라”고. 이 말과 함께 그가 전한 ‘일에 대한 관점’이 마음에 남았어. 오늘 본문의 마지막으로 전해볼게.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건 고대부터 이어졌습니다. 문자가 발명되기 전 누군가에게 할 말을 모두 외워야 했죠. 하지만 글자가 생기면서 암기력 대신 글 쓰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고요. 계산기와 엑셀이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AI도 그런 과정 중 하나를 거칠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꼭 필요하겠지만, 30~40년 뒤에는 지루하게 보일 거예요. 그러니 우리는 지금 내게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을 줄이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줄인 시간으로 더 창의적이고 즐거운 일을 채우는 게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하죠.”


롱블랙 프렌즈 L
그랜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꽤 많은 문장을 메모했어. 마음에 남은 이야기들을 짧게 정리해 볼게.
1. 입소문이 나려면, 유저의 탄성을 일으키는 1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라면 기존의 서비스마저 뒤엎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2. 속도를 올리려면 플레이어 코치가 필요하다. 스스로 판단할 줄 알고 실무에도 뛰어들 수 있는 사람들이 빠른 팀을 만든다.
3. 모든 AI 도구에 압도될 필요가 없다. 지금 내게 지루한 일을 없앨 수 있는 도구가 뭔지 판단하는 게 먼저다.
롱블랙 피플, 오늘 노트 어땠어? 혹시 일의 효율을 놓고 고민하는 동료가 있다면 공유하면 어떨까? 그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줄지도 모르잖아?

롱블랙 프렌즈 L
혹시 PPT 때문에 고통받는 롱블랙 피플 있어? 그럼 오늘 노트를 더 주목해도 좋아. 클릭 몇 번으로 발표 자료를 만드는 서비스를 다룰 거거든.
주인공은 감마Gamma. 2023년에 출시된 AI 서비스야. 핵심은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제작을 대신하는 것.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AI 디자인 파트너’라고 소개하고 있어.
성과는 어느 정도냐고?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5000만 유저를 확보했어. 2025년 기준, 이들이 밝힌 연간 반복 수익*은 5000만 달러(약 699억원)가 넘지.
*Annual Recurring Revenue(ARR). 구독 기반 서비스가 1년간 얻을 수 있는 예상 매출을 뜻한다. 월 구독료에 12개월을 곱해 계산한다.
흥미로운 건, 감마를 운영하는 직원들의 숫자야. 창업자를 포함해 총 40명. 이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잖아? 감마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그랜트 리Grant Lee와 화상으로 만났어.

그랜트 리 감마 공동창업자 겸 CEO
줌 화면 너머로 나타난 그랜트 리. 단정하게 올린 짧은 머리와 큰 눈망울이 인상적이었어.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인터뷰 내내 질문을 차분히 듣고, 논리정연하게 답했지. 마치 프레젠테이션 하듯 말야.
그는 “창업할 때부터 작고 기민한 팀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어. 회사가 필요한 결정을 빠르게 내리면서 변화하려면, ‘초소형 팀’을 갖춰야 했다는 뜻이었어.
그의 철학에 따라 감마도 변화를 거쳐왔어. 1년간 만든 제품을 뒤엎고, 새로운 제품을 만든 시기도 있었지. 그랜트는 팀원들과 어떤 여정을 거친 걸까? 그가 내린 결정에서 배울 점들을 하나씩 짚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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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그랜트 리. 컨설팅과 재무 분야에서 일했던 그는 PPT를 대신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다짐한 뒤, 2022년 감마의 첫 버전을 출시했다. ⓒGamma
그랜트 리(왼쪽)는 전 직장 옵티마이즐리에서 만난 존 노로냐(가운데), 제임스 폭스와 함께 창업에 나섰다. 팬데믹 때 제품 개발에서 나선 세 사람은 첫 제품을 공개하기까지 1년 넘는 시간을 들였다. ⓒGamma
감마는 간단한 문장을 쓰기만 하면 PPT를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용자가 문장을 작성하면, 발표 디자인은 감마가 자동으로 만드는 식이다. ⓒGamma
감마는 ‘슬라이드’ 대신 ‘카드’라는 개념을 활용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사용기기에 따라 카드 규격을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런 접근법 덕에 감마는 런칭 직후 소프트웨어계의 빌보드 차트로 불리는 ‘프로덕트 헌트’에서 월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Gamma
감마가 AI 기능을 소개하는 화면. 그랜트 리는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AI 기능’에 집중했다. 그는 “마법의 1분을 만들자는 마음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Gamma
AI가 빈 페이지에서 카드 10장을 완성하기까지는 약 1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첫 1분에 집중한 감마는 재런칭 후 입소문을 통해 3개월 만에 300만 명의 유저를 확보했다. ⓒGamma
그랜트 리와 감마 직원들의 모습. 그랜트는 “40여 명의 직원들이 모두 실무에 뛰어들어 ‘일당백’ 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작은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 AI 스타트업에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Gamma
그랜트 리는 직원들을 채용할 때 팀문화에 잘 융화되는지 꼭 점검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채용 과정에서 3개월에 걸쳐 협업 방식은 물론, 팀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파악한다고 했다. ⓒGamma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건물 외관에 광고로 등장한 감마. 그랜트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른 것보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Gamma
줌으로 롱블랙과 인터뷰하는 그랜트 리의 모습. 그는 “꼭 모든 AI를 다 다룰 줄 알아야 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나의 지루함을 덜어낼 도구를 찾는 일을 먼저 하라”고 조언했다. ⓒ롱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