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프랜차이즈 : 제임스 본드는 마블과 싸울 수 있을까?


롱블랙 프렌즈 C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신곡이 나왔길래 들어봤더니, 영화 007 주제곡이더라고요? Z세대 아이콘인 빌리가 007 주제곡을? 음, 사실 전 007을 제대로 본 적 없어요.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다, 는 정도만 알죠.

이 얘기를 했더니 김선우 작가가 놀라더라고요. 007의 오랜 팬이라면서요! 들어보니 007이 엄청난 영화네요. 역사가 이렇게 오래된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재산)인지 몰랐어요!


김선우 작가

007은 1962년부터 2021년까지 25편이 제작된 영화 프랜차이즈입니다. 적어도 한 편 이상의 007 영화를 본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라고 해요. 제가 아는 한 이렇게 오래됐으면서도, 여전히 잘나가는 영화 프랜차이즈는 없습니다.

그러니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제임스 본드가 있을 겁니다. 1대 본드인 숀 코너리를 좋아하는 분도 있겠고, 젊은 세대는 최근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를 좋아하겠죠. 저는 로저 무어를 보면서 자랐어요. 그래서 아직도 007 하면 로저 무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지금 보면 연기도 잘 못 하고 좀 느끼해서 불편한데도 로저 무어가 생각나요. 첫인상이라는 건 무시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저만 007 역할을 했던 배우를 줄줄 꿰고 있는 건 아닐 겁니다. 누구나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배우를 한두 명쯤 얘기할 수 있어요. 007 영화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제 아내도 피어스 브로스넌과 숀 코너리가 007이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007이 친숙한 캐릭터라는 의미일 겁니다.

본드라는 캐릭터만 그런 것도 아니에요. “본드, 제임스 본드(Bond, James Bond)” 또는 “쉐이큰, 낫 스털드(Shaken, not Stirred, (마티니를) 젓지 말고 흔들어서)” ‘‘라이센스 투 킬(License to kill, 살인 면허)” 같은 별 것도 아닌 대사를 기억하는 영화가 또 있을까요? 2012년 영국 올림픽 때 여왕과 함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인물도 본드였어요. 그만큼 제임스 본드는 특별한 캐릭터이고 재미있는 IP입니다.

Chapter1.
탄생 : 영국 해군 경험으로 쓴 스파이 소설

제임스 본드는 사실 소설 캐릭터로 태어났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 해군 정보부에서 보좌관으로 일했던 이안 플레밍이 만들어낸 캐릭터죠. 정보 관련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많았던 플레밍은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생각해 냈어요. 자신의 경험도 소설에 많이 녹여 넣었습니다.

MI6(Military Intelligence 6, 영국의 해외 담당 비밀 정보국)의 수장이자 본드의 보스인 ‘M’은 플레밍의 실제 상사를 모델로 만들었다고 해요. 플레밍 본인의 습관이 본드 캐릭터에 녹아들기도 했습니다. 플레밍은 골초에 애주가였어요. 56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제임스 본드가 보드카 마티니를 마실 때, 젓지 않고 흔들어 마시잖아요. 이 방식이 바로 플레밍 본인이 마티니를 즐겨 마시던 방식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본드가 해군 중령인 점 또한 플레밍이 해군에 있었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