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하트 : 1890년대 철도노동자부터 MZ까지, 일하는 사람들의 옷이 되다


롱블랙 프렌즈 C  

#칼하트를 입는다는 건 끝내줘. 당신이 학생인지, 힙스터인지, 포크레인 기사인지, 아무도 모를걸.#Wearing carhartt gear is wild. Are you a student, A hipster, A licensed forklift operator. No one knows.

최근 틱톡에서 조회수 1030만을 기록한 태그예요. 칼하트의 이 유연함, 단단한 철학에서 나온다고 해요. 바로 노동의 가치, 그리고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에요. 칼하트 홈페이지엔 이렇게 적혀있죠. “칼하트는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입는 옷이다We are worn by the hardest-working people of them all.”

1890년대 철도 노동자부터 2023년 힙스터까지. 무엇이 칼하트를 100년 넘게 사랑받도록 했을까요?


Chapter 1.
워크웨어, 일하는 사람에게 자긍심을 입히다

칼하트는 미국 디트로이트Detroit의 매캐한 공기 속에서 탄생했어요. 미국의 1890년대는 철, 증기, 기관차의 시대였죠. 디트로이트에만 900개 넘는 공장이 있었어요. 헨리 포드Henry Ford가 자동차 공장을 세운 곳도 이곳이에요.

칼하트의 창립자 해밀턴 칼하트Hamilton Carhartt는, 디트로이트 철도 엔지니어들의 작업복을 눈여겨보곤 했어요. 쉽게 찢어지고, 금세 해졌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옷이 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했어요.

1889년 두 대의 재봉틀과 다섯 명의 직원을 데리고, ‘해밀턴 칼하트 앤 컴퍼니hamilton carhartt & company’가 문을 열어요. 해밀턴은 철도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옷이 무엇인지 물었어요. 바로 튼튼하고 오래가는 오버올Overalls, 이른바 멜빵바지를 원한다고 했죠.

해밀턴은 튼튼한 원단에다 삼중 박음질 하고, 리벳으로 단단히 고정한 오버올을 선보였어요. 이 옷은 단숨에 철도 노동자들의 작업복으로 자리 잡아요.

칼하트는 빠르게 성장했어요. 1910년 즈음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 직조 공장을 세웠고, 애틀랜타와 샌프란시스코에도 설비를 갖춘 대형 회사가 됐죠. 이 시기 출시한 덕Duck* 원단의 초어코트Chore coat**는, 지금도 칼하트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예요. 1955년엔 지퍼가 달린 디트로이트 재킷Detroit Jacket을 출시했죠.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가 입기도 했어요.
*'캔버스’를 뜻하는 네덜란드어에서 왔다. 바람이 잘 통하고 보온이 잘 되는 직물.
**19세기부터 프랑스 노동자들이 작업복으로 입은 옷. 작업복 스타일의 재킷.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쿠퍼 역을 맡은 매튜 맥커너히. 1955년에 출시된 칼하트의 스테디셀러 '디트로이트 자켓'을 입고 등장한다. ⓒIMDB

패션을 넘어 메시지를 팔다

칼하트 앞에 평탄한 길만 뻗어있던 건 아니에요. 1923년 찾아온 경제 대공황. 칼하트도 이를 피할 수 없었어요. 다만 이 시기, 역설적으로 칼하트의 정신이 빛을 발했어요.

“정직한 가격에 정직한 가치Honest value for an honest dollar.” 창립자 해밀턴이 내걸었던 칼하트의 모토예요. 그는 당시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던, 흔치 않은 사업가였어요. 평균 10시간이었던 디트로이트의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낮추자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어요. 그가 주장한 내용을 몇 가지 볼까요?

“8시간 근무의 축복:
8시간 근무는 임금이 더 높다는 걸 뜻합니다
가정은 더 화목해집니다
소비가 커져 시장도 더 커집니다
더 부유해져서 더 건강해지고 덜 아픕니다
노동자들은 더 일할 맘이 생깁니다.”
_1911년 해밀턴 칼하트의 성명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