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드 리그 : 커피‧고수‧김치맛 식초, 4000개의 슈퍼마켓 매대를 꿰차다


롱블랙 프렌즈 C  

프로필: 브라이트Bright, 스파이시Spicy, 캐러멜Caramel
테이스팅 노트: 살구, 후추, 벌집, 감귤

향수 브랜드 소개냐고요? 아뇨, 식초예요! 패키징도 향수 같아요. 통통한 원기둥 몸통에 주둥이가 기다란 유리병. 그 위로 은은한 초록빛의 사과가 그려진 라벨이 붙었어요. 병 안엔 옅은 노란빛의 식초가 마치 화이트 와인처럼 담겨있죠. 소스 매대에서 눈을 확 사로잡아요!

맛은 어떨까요? 맵고, 달콤하고, 비릿하고, 고소한 맛이 다 있대요. 곁들여 먹기 좋은 요리는 생선구이와, 샐러드, 티본스테이크… 심지어 팬케이크도 있어요!

범상치 않은 식초를 만드는 이 브랜드는 애시드 리그Acid League예요. 자신들을 식초 브랜드가 아니라, 발효를 연구하는 실험실이라고 소개해요.

Chapter 1.
매콤, 달콤, 고소한 식초의 탄생

애시드 리그는 2019년 캐나다에서 출발했어요. 지금은 미국의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과 퍼블릭스Publix 등 4000개의 슈퍼마켓에 입점해 있어요. 그중 홀푸드 마켓은 미국에서 고급 슈퍼마켓의 대명사로 통해요. 유기농 식품과 신선 식품의 판매 비중이 높죠.
*2017년 아마존이 인수했다. 

애시드 리그는 그런 홀푸드 마켓과 론칭하기도 전에 입점 계약을 맺었어요. 2020년 8월 첫 제품 출시 후엔, 인베스트 에코 캐피탈 등으로부터 1150만 달러(151억 8575만원)를 투자받았죠. 이어 2년 만에 약 1000만 달러(131억 2200만원)의 매출을 냈어요.

어떻게 출발부터 이목을 끌었을까요? 우선 제품이 남달랐어요. 독특한 식초를 만들었죠. 가든 히트Garden Heat라는 이름의 식초를 한번 볼게요. 일단 색깔이 빨간색이에요. 차갑게 농축한 셀러리와 당근, 후추, 토마토를 섞어 만들었어요.

흙 맛Earthy, 야채 맛Vegetal, 매콤한 맛Spicy, 그리고 미네랄의 풍미가 난다고 해요. 샐러드에 뿌려 먹으면 약간 얼얼하면서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네요. 감자튀김이나, 로티세리 치킨Rotisserie chicken과도 잘 어울리고요!

가격은 375mL 한 병에 15달러(1만9700원). 우리가 아는 식초*보다 훨씬 비싸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어요. 그냥 식초가 아니라 샐러드드레싱이자, 여러 요리에 쓸 조미료라고 생각하니까요.
*한국 오뚜기 사과식초 900mL의 평균 가격은 2822원이다.

흔하디흔한 식초를 트렌디하게 만들 생각, 과연 누가 했을까요?

셀러리와 당근, 후추, 토마토를 섞어 만들어 얼얼하고 달콤한 맛이 나는 가든 히트. 애시드 리그는 독특한 식초 제품들을 만든다. ⓒAcid League

Chapter 2.
시작 : 커피, 멜론, 캐모마일 식초는 왜 없을까?

창립자 스콧 프레드만Scott Friedman은 『노마NOMA* 발효 가이드』를 읽다 문득 생각했어요.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재료로 발효 음식을 만들 수 있는데, 왜 식초는 뻔한 맛뿐일까?” 발효 가이드에선 콤부차, 간장, 미소 된장, 흑과일과 흑채소** 등이 자세히 소개됐어요. 발효의 세계는 무궁무진한데, 어쩐지 식초만 유독 식상했죠.
*영국 <레스토랑>지가 꼽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코펜하겐에 있다.
**흑화를 거친 채소와 과일. 흑화란 효소 작용을 통해 큰 당분이 작게 분해되면서 더 많은 분자를 방출하는 과정이다. 흑마늘, 흑사과, 흑밤, 흑헤이즐넛, 흑샬롯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