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정 : 편집자가 선택한 최선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된다


롱블랙 프렌즈 K 

서점에 놓인 책은 작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 볼까요. 펴낸 곳부터 편집, 디자인, 마케팅, 인쇄를 맡은 이들이 나옵니다. 작가의 세계는 이들 덕에 물성으로 탄생합니다.

그중 편집자가 작가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기획과 교정교열, 디자인과 홍보까지. 이 모든 과정을 도맡지만 바깥에 그만큼 알려지지는 않습니다.

이 과정이 궁금해져 강윤정 문학동네 편집자를 만났습니다. <롱블랙 스토리텔러 위크>의 마지막 주인공입니다.



강윤정 편집자

16년 차 편집자. 강윤정 편집자는 청림출판, 마음산책을 거쳐 2012년 문학동네에 자리 잡았어요. 목소리가 뚜렷한 작가들과 책을 만들어 왔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한강 작가의 『디 에센셜 한강』, 배수아 작가의 『뱀과 물』, 이승우 작가의 『모르는 사람들』을 편집했어요.

문학동네시인선을 기획·편집·관리하는 것도 그의 일입니다.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이원하 시인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편집했어요.

편집자의 일을 부지런히 알려 오기도 했습니다. ‘편집자 K’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2020년엔 책 『문학책 만드는 법』을 썼죠. 책을 만드느라 바쁜 그가 시간을 내어 편집자의 일을 알리는 이유가 있더군요.


Chapter 1.
책 근처에서 일하고 싶었다

유년 시절, 강윤정 곁엔 꼭 책이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영향이 컸어요. 아버지 회사에는 작은 사내 도서관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네 엄마가 거기 있는 책을 다 봤다”며 뿌듯해하셨대요.

어머니와 자주 책 이야기를 나눴어요. 강윤정이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e*의 『폭풍의 언덕』을 읽은 날이었습니다. “엄마가 생각하는 사랑은 뭐야?” 물었습니다. 조금 생각하시다 어머니는 이렇게 답하셨대요. “사랑은 안개 속 오류 같은 거야. 희뿌옇게 피어나는, 모호하고 모순적인 감정이야.”
*19세기 영국의 대표 소설가 겸 시인. 1847년 발표한 『폭풍의 언덕』은 그의 유일한 소설이다.